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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전제군주형 지배체제 가능성”

바람아님 2017. 10. 17. 09:07
동아일보 2017-10-16 03:00

美 샴보 교수 “봉건국가로 회귀”… 마오쩌둥 시대의 병폐 재연 우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4일자·사진) 커버스토리에서 올해로 집권 5년을 맞은 시 주석의 높아진 위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시 주석은 18일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재선출돼 집권 2기 5년을 다시 열 예정이다. 잡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시 주석이 지난 한 세기 동안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라고 말했다”며 “시 주석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잡지는 우선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은 국내적으로 기반이 취약해 자신이 설정한 어젠다 하나도 밀어붙이지 못하고 외교적으로도 위축돼 있는 반면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을 틀어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마음껏 활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해 자유무역 수호자가 되겠다고 자처했을 때 세계가 그의 말을 주목한 것도 자신의 말을 뒷받침할 외화를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서유럽 부흥 지원을 위한 마셜플랜 이후 미국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리더십 유형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시 주석은 또한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턱밑인 발트해까지 군함을 보내는 등 전례 없는 군사강국 노선도 추구하고 있다.

잡지는 권력 집중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시 주석이 국내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못지않게 억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민 생활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이 14억 중국인의 견제를 받지 않는 자신에 대한 권력 집중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정상이 아니고 위험하다”며 “1인 지배는 문화대혁명 시기 같은 혼란기에나 나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데이비드 샴보 교수도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시 주석 집권 2기의 정치체제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규정한, 봉건전제 군주가 지배하는 체제인 ‘가산제(家産制·국가가 군주의 세습재산처럼 취급되는 정치형태)’ 국가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 주석 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왔고 19차 당대회 이후 측근들이 대거 등용되면 중국의 정치체제는 조직과 시스템이 아닌 전제군주형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샴보 교수는 “이는 베버가 말한 ‘전통적 혹은 봉건적 가산제 국가’와 비슷하다”며 “당이나 국가가 능력 기반의 관료조직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한 개인 지배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주석이 반부패를 기치로 1인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후임자들이 쌓아놓은 권력 분산 및 집단지도체제를 허물어뜨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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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