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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은 SNS서 유행하는 'OK 영상'이 왜 불편할까

바람아님 2019. 9. 8. 05:42
경향신문 2019.09.05. 17:10


한 소녀가 자신의 몸쪽에 숨겨 OK와 닮은 수신호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의 동영상. Weibo 갈무리

한 소녀가 뒤에 바짝 붙어오는 어른이 보지 못하게 ‘OK’ 같은 수신호를 표현한다.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할 상황에서 이런 구조신호를 알아본 행인의 신고로 아이는 구조된다. 해당 영상은 실제 상황이 아닌 연출한 것으로, 동영상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수신호는 약지와 엄지를 닿게 하거나 새끼손까락을 감춰 숫자 ‘110’을 표현한다. 중국에서 110은 우리나라의 112에 해당하는 범죄신고 번호다.


이 ‘OK 동영상’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은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고 있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 동영상이 경찰의 후원을 받은 공익캠페인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중국 관영통신사가 만든 온라인 가짜정보 식별 서비스 ‘피야오’는 5일 “해당 내용은 경찰이 공표하거나 홍보하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환구시보 등 관영 언론도 “이 수신호는 믿을 만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110으로 전화신고하거나 12110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도했다.

관영 통신사가 만든 온라인 가짜정보 식별 서비스 ‘피야오’는 110을 표현한 수신호 관련 영상이 가짜정보라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수신호가 실제로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도와달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실용적” “애매한 손짓 때문에 불필요한 개입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권위주의적 통제가 심한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BBC는 중국인들이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해온 사례들을 소개했다. 1989년 6월4일 톈안먼 광장 유혈진압에 대해 암시하는 글에는 1989와 46, 64 등의 숫자가 사용돼 왔다. 당국은 이 숫자들이 등장한 글들을 검열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삭제된 글들도 많았다.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1989>가 나왔을 때는 검열 당국이 이 앨범과 톈안먼 관련 글을 가려내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도 경찰의 감시를 피해 암호를 사용해왔다.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은 777, 5년 전 홍콩 우산혁명 때 행정장관이었던 렁춘잉은 689로 불렸다. 마스크, 헬멧 등 시위대에게 필요한 물품에 대한 수신호도 유행했다.

BBC는 중국 당국이 이번 수신호 동영상을 불편해하는 이유도, 이런 작은 수신호들이 중국 본토로 퍼져나가 사회 불안이 커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