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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6] 호리병박과 중국 국경일

바람아님 2019. 9. 27. 20:31

(조선일보 2019.09.27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칼럼 관련 일러스트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식물 중 하나는 호로(葫蘆)다.

우리는 보통 호리병박이라고 부른다. 줄기가 여럿 감기며 올라가는

덩굴성이며 씨앗도 많다. 중국인이 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호로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복록(福祿)이다.

행복, 출세해서 얻는 높은 샐러리의 뜻이 담겨있다.

게다가 호로가 지닌 복잡한 덩굴과 풍부한 씨앗은 번영(繁榮)에 다산(多産)까지

의미한다. 색깔까지 황금색이다. 커다란 박을 몇 개 엮으면 물에서도 뜬다.

부(富)를 상징하고, 홍수에서도 사람 목숨 건지는 구명(救命)의 용도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그런 호리병박에 장수(長壽)의 기원까지 곁들이면 최고다.

그래서 진짜 호리병박을 말려 그 위에 장수를 축원하는 글귀를 새겨 선물하는 습속이 발달했다.

행복과 출세, 거기다가 장수를 축원하는 뜻이다.

아울러 다산과 번영도 상징하니 중국인의 선물로서는 '센스 만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삶에서 맞이하는 기쁨, 즉 경사(慶事)를 향한 중국인들의 집착은 대단하다.

전란과 재난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닥쳤던 역사적 환경에서 중국인들이 키운 현세적 가치관이 큰 토대다.

기쁨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글자 하나는 경(慶)이다.

옛날에는 매우 귀했던 사슴 가죽[鹿], 사람의 마음[心], 어떤 행위[攵]를 표현하는 글자다.

따라서 값비싼 사슴 가죽을 선물로 주는 동작, 또는 그 마음을 뜻한다.


이 글자로 만들어진 단어는 무수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집안에 닥친 기쁜 일은 가경(家慶), 과거 급제의 기쁨은 과경(科慶), 후대가 선대의 덕으로 받는 복은 여경(餘慶)이다.

기쁜 일 그 자체는 희경(喜慶)이다.


내달 1일은 중국의 건국 70주년 국경(國慶)이다.

그러나 하강하는 경제, 미국과의 분쟁에 대외 환경까지 다 험악하다.

대규모 열병식 등 이벤트로 중국이 이 분위기를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