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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히트 돔(Heat dome)/[만물상] 덥다, 더워

바람아님 2016. 7. 25. 23:47
서울경제 2016.07.25. 18:59

중동 지역에 지난해 7월 사상 최악의 더위가 몰려왔다. 이란 반다르 마샤르 지역의 체감 기온이 무려 70도까지 치솟았고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도 60도 이상을 넘나들었다. 프랑스 남부 해변의 초호화 빌라에서 여름을 즐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일반 국민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젖은 옷이 널자마자 마르고 계란을 놓으면 그대로 익을 정도의 폭염에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라크에서는 전력 사용 폭주로 에어컨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자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중동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은 ‘히트 돔(heat dome)’.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오래 정체해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으면서 기온이 일시적으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날씨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햄버거 하나를 먹을 때마다 5㎡의 숲이 사라지고 자동차 등에서의 화석연료 사용과 소 같은 가축이 끊임없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구가 더워지고 여기에 기압과 대류 조건이 결합하면서 히트 돔이 생긴다는 것이다. 온난화가 심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히트 돔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담처럼 들리던 ‘방귀세(fart tax)’와 ‘트림세(burp tax)’ 도입이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주 말부터 초강력 히트 돔이 미국을 덮쳤다. 전체 26개 주에서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폭풍우까지 동반됐다. 찜통더위에 몸살을 앓는 것은 미국뿐이 아니다. 쿠웨이트의 한 지역은 기온이 무려 53.9도까지 올라갔고 우리나라도 연일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가 저지른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지 모르겠다. ‘인간 최대의 적은 인간’ ‘인간은 가장 좋은 머리를 가졌음에도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가장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한 생물학자의 경고가 섬뜩하다. 


/송영규 논설위원



[만물상] 덥다, 더워

(출처-조선일보 2016.07.26 한삼희 논설위원)


어제 새벽 안방에서 자다가 참다못해 거실 소파 위로 옮겼다. 덜덜거리며 도는 선풍기도 켜놓았다. 

좀 있다 보니 집사람도 거실로 나와 카펫 위에 누웠다. 집사람은 체질상 추운 건 아주 싫어하고 더위엔 강한 편이다. 

10·26부터 5·16까지 내복을 입어야 한다. 맥주는 냉장고에서 꺼낸 뒤 일부러 상온에서 한참을 덥혔다 마신다. 

그런 사람이 거실로 나와 자는 걸 보니 요즘 열대야가 보통 아닌 게 틀림없다.


▶폭염은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한다. 

중동 나라들은 섭씨 50도를 넘는다고 하니 절절 끓는 거나 다름없다. 

중국 상하이도 40도를 넘었고 미국도 비슷하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가 '열돔(heat dome)'에 갇혔다는 말도 나왔다. 

지상 몇 ㎞ 상공에 정체해 있는 고기압 기단이 뚜껑처럼 지구를 덮어 지면에서 데워져 올라가는 열을 가둬놓고 있다고 한다.

만물상 칼럼 일러스트

▶사람은 어지간한 기후에는 적응해 산다. 

영하 40도인 북극 지방에서 영상 40도의 중동 사막까지 도시를 이루고 살아간다. 

습식 사우나는 좀 다르지만 건식 사우나에선 100도가 넘어도 웬만하면 견딘다. 

120도 넘게 끓는 방에 사람이 스테이크용 고기를 들고 들어갔다. 

45분 만에 스테이크는 잘 익었고 사람은 끄떡없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두바이 같은 사막 모래밭 골프장에서도 골퍼들은 모자 속에 양배추 잎을 집어넣고 라운딩을 한다.


▶세계적 폭염이 온난화 탓인지 어떤지는 딱 잘라 얘기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지난달까지 16개월 연속 세계 월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고 하니 온난화라는 

구조적 원인 탓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세기말 기준으로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치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묶는 것이 세계적으로 합의한 목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기후학자가 세계 기온이 평균 2.5도 상승할 경우 북미·유럽·동아시아 선진국들 기온은 3.0~3.5도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여름이 두 달 길어진다는 얘기다.


▶인류는 원래 아프리카 출신이라는데 좀 더워진다고 대수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도 은퇴한 사람들은 더운 플로리다로 몰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몇 년 전 8월 한여름에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할 때 생각이 난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목구멍을 파고들어 그 멋진 도시와 궁전들을 구경하고도 뭘 봤는지 정신이 없었다. 

투표로 정할 순 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여름이 그런 날씨로 가는 것에는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