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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56] No one can live without future

바람아님 2018. 2. 10. 06:52

(조선일보 2018.02.10 이미도 외화 번역가)


'행복의 비결' 뭘까요?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대답을 들어봅니다.

"자유입니다(The secret of happiness is freedom)."

그렇다면 그가 '자유의 비결'은 뭐라고 했을까요?

"용기입니다(The secret of freedom is courage)."


'제이콥의 거짓말(Jakob the Liar· 사진)' 자유와 행복을 빼앗긴 유대인을 지켜주려고

목숨까지 건 빵 장수 제이콥의 영웅담입니다. 영화는 그가 들려주는 유머로 막을 엽니다.


"히틀러가 묻습니다. "내가 언제 죽느냐?" 점쟁이 왈, "유대인 경축일에."

독재자가 이어 묻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나?" 점쟁이 왈, "너 죽는 날이 유대인 경축일이 될 거니까."


'제이콥의 거짓말'


1944년 겨울 독일군이 주둔한 폴란드의 어느 유대인 격리 구역.

'유대인 경축일'을 못 기다린 이들이 속속 스스로 목숨을 끊을 무렵 제이콥으로 인해 연쇄 자살이 멈춥니다.

그가 BBC 라디오 뉴스를 퍼 나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400km 밖까지 소련군이 들어왔대요. 히틀러가 곧 항복할 거래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사람들은 매일 새 소식을 기다리며 속삭입니다.

"미래가 없다면 누구도 살아갈 수 없지(No one can live without future)."

미래란 곧 희망의 은유이지요. 문제는 라디오를 소지하면 총살된다는 사실.

아뿔싸, 악명 높은 독일군 장교가 제이콥을 체포합니다.

죄목은 뉴스를 몰래 퍼뜨려 저항군을 만들려 한 반역죄입니다.


'자유란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다(Freedom is a chance to be better).'

나치를 상대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알베르 카뮈의 명구입니다.

더 인간다운 삶의 기회를 붙잡으려 한 제이콥은 사실 라디오가 없습니다.

자기가 지어낸 뉴스에 계속 살을 붙여 퍼뜨린 것입니다.


끝부분에서 죽음의 수용소를 향해 달리던 유대인 수송 열차가 멈춥니다.

소련군이 막아 세운 것입니다. 제이콥의 거짓말은 희망의 횃불이었음이 증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