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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58] Break the silence

바람아님 2018. 3. 4. 09:19

(조선일보 2018.03.03 이미도 외화 번역가)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A bad apple spoils the bin).'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인 '썩은 사과의 법칙'이지요.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침묵을 깬 여인들(The Silence Breakers)'을 '201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성추행 피해자인 미국 여성 연기자들이 가해자인 남성 제작자와 배우들 등 '썩은 사과'의 추악한 민낯을 만천하에

폭로한 역사적 투쟁을 기린 것이지요.


그보다 앞서 '나도 당했다(Me Too)' 운동을 이끈 영웅이 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스포트라이트(Spotlight·사진)'의 실존 기자들입니다.

그들이 내건 기치도 이것입니다. '침묵을 깨트려라(Break the silence).'


영화 '스포트라이트'


때는 2001년. 미국 3대 일간지의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의 심층취재팀 '스포트라이트'가

'썩은 사과'에 주목합니다. 보스턴의 가톨릭 사제입니다.

충격적이게도 87명의 신부가 성추행한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들. 한 신부는 범행 기간이 무려 31년입니다.

그런 만행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경찰과 검찰은 가톨릭의 막강한 권력에 맞서길 꺼렸고 피해자들 가족은 침묵 또는 타협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썩은 생선의 법칙'이라 불러도 좋을 속담이 있지요.

'생선은 대가리부터 썩는다(A fish rots from the head down).' 진상을 알고도 묵과한 대주교는 '썩은 생선 대가리'입니다.

재임할 동안 내내 모르쇠로 잡아뗀 그가 결국 보스턴 대교구 전체를 썩게 한 리더이니까요.

경악스럽게도 그는 훗날 교황청의 부름을 받아 더 높이 오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에 600개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피해자들이 취재에 협조해 속속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터뜨린 결과, 성직자 249명이 피소됩니다.

보스턴에서만 피해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사실도 밝혀집니다.

아름다운 투쟁 '미투(美鬪)'의 불길은 미국 전역으로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