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10 이미도 외화 번역가)
여기, 특별한 소년이 있습니다. '리틀 보이(Little Boy·사진)'의 주인공 페퍼입니다.
무대는 캘리포니아 해안 마을. 99cm에서 성장이 멈춘 아이는 2차 대전 전쟁터에 간 아빠가 꼭 살아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그 믿음의 뿌리는 마태복음 17장 20절입니다.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다
(If you have faith as small as a mustard seed, you can say to this mountain, 'Move from here to there,' and it will move).'
하지만 아빠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을 신부(神父)는 믿음을 더 강하게 해줄 과제라며 페퍼에게 목록을 줍니다.
'배고픈 이를 먹여라(Feed the hungry). 집 없는 이를 재워줘라(Shelter the homeless).
죄수를 방문하라(Visit those in prison). 헐벗은 이를 입혀라(Clothe the naked).
병자를 방문하라(Visit the sick). 사자(死者)를 묻어줘라(Bury the dead).'
차례대로 다섯 개를 수행했을 때 국방부가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전합니다.
군인들이 무사히 돌아오려면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믿는 소년은 더 간절히 기도합니다.
마침내 1945년 8월 6일 마태복음 17장 20절 끝 문장이 실현됩니다.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Nothing will be impossible for you).'
"네가 해냈단다." 마을 사람들이 대견해하며 소년을 칭찬합니다.
언론은 '리틀 보이가 해냈다(Little Boy Did It!)'고 대서특필합니다.
그런데 소년의 기쁨도 잠시, 비보(悲報)가 날아듭니다.
비로소 페퍼는 마지막 과제가 목록에 남아 있는 걸 깨닫고 충격에 빠집니다.
'사자'가 소년의 아빠가 될 줄이야….
일본의 항복과 종전을 앞당긴 미군 암호명 '꼬마(Little Boy)'가 무엇인지와 기적적인 반전(反轉) 결말은 가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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