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떼로 선사하는 '풍경'..이 군무를 보려고 겨울은 그토록 [포토다큐]

바람아님 2020. 2. 9. 09:45
경향신문 2020.02.07. 13:05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멸종위기 1급)와 203호인 재두루미(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가 눈이 내리는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서 비행을 하고 있다./김정근 선임기자

올 겨울은 유달리 포근했습니다. 기상청이 지난 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평균 기온이 2.8도를 기록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했다고 밝혔습니다. 농부들에게 따뜻한 겨울은 병충해에 대한 걱정으로 반가울 리 없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철새들에게는 무척이나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철원 한탄강 일대에서 청둥오리가 날고 있다/김정근 선임기자

환경부가 전국 주요 습지 200곳에 대한 조사를 해보니 총 203종 162만9083마리의 겨울 철새가 확인됐다고 합니다. 금강호, 태화강, 철원평야, 순천만 등에 서식하는 철새들이 작년에 비해 15만9000여 마리가 증가했다고 하니 따뜻한 기온 덕분에 겨울 진객들을 맘껏 볼 수가 있는 셈입니다.

강릉 남대천 댕기물떼새/김정근 선임기자

강원도 철원에는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와 203호인 재두루미 7000여 마리가 찾아왔습니다. 개체수를 관측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따뜻한 날씨 탓도 있지만 민관 합동으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애쓴 결과입니다.

철원군 한탄강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김정근 선임기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취약)와 202호인 두루미(위기)가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김정근 선임기자
철원 한탄강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김정근 선임기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취약)와 202호인 두루미(위기)가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김정근 선임기자

연미복을 입은 듯 예쁘고 단정한 모양의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는 충남 서천의 작은 섬인 유부도에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길고 튼튼한 부리를 가진 갯벌의 조개 사냥꾼입니다. 그러나 환경오염에 따른 서식지 훼손으로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충남 서천군 유부도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김정근 선임기자
충남 서천군 유부도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김정근 선임기자
충남 서천군 유부도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김정근 선임기자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제방이라고 알려진 충남 당진의 합덕제에는 큰고니(천연기념물 201-2호) 400여 마리가 찾아왔습니다. 한국에 오는 철새중에 가장 무거운 새입니다. 무거운 몸을 끌고 4000km라는 먼 거리를 날아 한국에 오는 이 새가 신라시대에도 이곳을 찾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충남 당진 합덕제 큰고니(천연기념물 201-2호) / 김정근 선임기자
큰고니/ 김정근 선임기자
충남 당진 합덕제 큰고니(천연기념물 201-2호) / 김정근 선임기자

금강하구 둑에서는 4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습니다. 붉은색 노을로 물든 금강 위로 저녁마다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군무는 겨울 철새가 만드는 풍경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강하구둑 가창오리/김정근 선임기자
금강하구둑 가창오리/김정근 선임기자

강원도 강릉 남대천에서는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의 멋진 비행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강릉 남대천 흰꼬리 수리 (천연기념물 243호)/김정근 선임기자
강릉 남대천 흰꼬리 수리 (천연기념물 243호)와 까치/김정근 선임기자

만남과 떠남이 인생의 숙명인 것처럼 이제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는 이 새들을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금강하구둑 기러기/김정근 선임기자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