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0.04.30 11:16
충남 공주시 금강에서 지난 29일 흰색 꿩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흰 꿩은 신라 시대 때부터 길조(吉鳥), 즉 좋은 일을 가져오는 새로 여겨질 정도로 귀한 동물이다.
국내 야생에서는 몇 년에 한 번 정도 드물게 보고된다.
강원대 야생동물 어류연구보전센터 최순규 선임연구원은 "29일 공주시 금강 변에서 조류 조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흰색의 수컷 꿩을 발견했다"며 "멜라닌 색소 부족 탓이지만 눈의 홍채가 짙은 색인 것으로 봐서는 알비니즘(albinism, 백색증)은 아니고 루시즘(leucism)인 것 같다"고 30일 밝혔다.
발견된 꿩은 알록달록하고 긴 꽁지깃을 가진 일반 수컷 꿩(장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류행동 생태학을 전공한 최 박사는 "흰 꿩은 수컷인데도 꽁지깃이 거의 손상된 상태"라며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면 깃털의 마모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멜라닌 색소는 깃털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데다,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는데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면 깃털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는 "꿩의 눈 주위에 노출된 붉은 피부가 보통 처지는데, 이 흰 꿩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봐서 호르몬에도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꿩은 눈 주위에 붉은 피부가 드러나 있으며, 번식기인 봄에는 이 부분이 크게 팽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비노는 유전자 탓, 루시즘은 분화 때문
백색증의 경우 유전적 원인으로 멜라닌 색소가 덜 만들어지면서 깃털은 물론 눈까지도 혈관이 드러나 분홍색이나 붉은색으로 나타난다.
멜라닌 색소는 멜라노사이트(melanocyte)라는 멜라닌 생성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이때 멜라닌을 생성에 간여하는 여러 효소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 효소가 원래 기능을 못 하게 되면 멜라닌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른 색소의 생성은 문제가 없는데 멜라닌 색소 생성만 안 되는 것이 알비노다.
이에 비해 루시즘은 색소 결핍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눈 색깔은 일반 개체와 차이가 없다.
루시즘은 유전자 자체 탓이 아니라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고 조직 분화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발생한다.
척추동물의 발달 과정에서 신경릉(神經陵, neural crest)으로부터 색소 세포가 피부·모발·깃털 등으로 이동하거나 분화할 때 문제가 생겨 색소가 부족해진 경우다.
눈동자 색소와 피부 색소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루시즘의 경우 눈동자 색깔은 대부분 정상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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