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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47] SNS와 페로몬

바람아님 2014. 4. 11. 23:05

(출처-조선일보 2012.02.0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다세포생물의 몸 안에서 세포들 간의 정보전달을 도와주는 화학물질을 호르몬이라고 한다. 
비슷한 일이 개체와 개체 간에도 벌어지는데 이때 작용하는 화학물질이 바로 페로몬이다. 
호르몬은 주로 내분비선에서 분비되어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표적기관으로 수송된다. 
반면 페로몬은 그걸 만들어낸 개체의 몸을 빠져나와 공기와 물과 같은 매체에 의해 다른 개체들에게 전달되어 
특정한 생리적 또는 사회적 반응을 일으킨다.

처음으로 화학구조식이 밝혀진 페로몬은 누에나방의 성(性)페로몬인 봄비콜(bombykol)이었다. 
1959년 독일의 생화학자 아돌프 부테난트는 누에나방 암컷을 무려 25만 마리나 잡아 그로부터 12밀리그램의 추출물을 얻어 
봄비콜의 화학구조를 분석해냈다. 이제는 암나방 한 마리만 가져도 가능한 분석이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노동을 요구하는 
연구였다. 부테난트는 이미 다른 연구로 193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만일 '노벨노동상'이란 게 있다면 당연히 
그가 수상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우리는 확성기를 사용하여 고함을 지르거나 한꺼번에 여럿이 전화통에 매달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곤 했다.
신문이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만 아침이나 저녁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정말 급하면 호외를 돌렸다. 
그런데 나는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지켜보며 이제 우리 인간에게도 드디어 
본격적인 페로몬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페로몬 수신기' 한 개쯤은 다 지니고 다닌다. 
우리가 어느덧 순식간에 동일한 정보를 수신하고 집단으로 행동하는 개미가 된 느낌이다.

페로몬은 기능에 따라 분비량과 지속기간이 매우 다양하다. 오줌이나 똥에 섞여 나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데 사용되는 
페로몬은 오래 지속될수록 좋아 비교적 다량으로 분비되지만, 개미 사회에서 동료들을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기 위해 
분비하는 냄새길페로몬이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뿜어내는 경고페로몬은 휘발성이 강한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먹이나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길게 남으면 공연히 헛수고를 부르기 때문이다. 
이제 SNS도 기능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여 전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