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0. 4. 00:00
두 도시의 지하철은 서로 목적이 달랐다
한국 첫 지하철 개통은 1974년 8월 15일의 일이었습니다. 어떤 중요한 날을 기존의 중요한 날에 맞춰 행사를 하게 되면 뒤로 갈수록 기억에서 밀리기 쉽습니다. 지하철 개통은 1945년 8·15 해방과 1948년 8·15 정부 수립에 밀렸고, 끝내 행사 당일에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에 밀렸습니다. 아마 올해가 한국 지하철 50주년이라는 사실도 8·15 광복절에 밀려났던 것 같습니다.
서울의 지하철은 왜, 도대체 왜 평양 지하철 개통보다 늦었던 것인가?....평양 지하철이 처음 개통된 것은 1973년 9월 6일이었습니다. 남북한이 한창 체제 경쟁을 하고 있을 무렵, 왜 지하철 개통에서는 뒤졌던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불도저 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수 많은 길을 뚫고 서울의 모습을 바꿔 놨던 김현옥 시장은 지하철 건설만큼은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였다고 합니다. 기술과 자금 문제였죠. 1970년 4월, 김현옥 서울시장이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후임으로 임명된 사람은 양택식 시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지하철 건설을 결심하고 다음 달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그래도 20㎞는 넘는다고 하는 평양 지하철을 좀 폄훼한 느낌은 들지만, 지하철 1호선과 수도권 전철 건설 당시 아무도 북한의 지하철 건설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 지하철이 평양보다 1년 늦은 것은 ‘북한을 굳이 신경쓰지 않았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얘기가 됩니다.
서울과 평양 지하철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양 지하철은 정치적·군사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반면, 서울 지하철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입니다. 철도에 관심이 많은 저는 언젠가 평양에 가서 지하철을 꼭 한 번 타보고 싶지만, 결코 두 번 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https://v.daum.net/v/20241004000019204
[유석재의 돌발史전] 서울 지하철은 왜 평양보다 1년 늦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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