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3.28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프로이센의 통계학자인 에른스트 엥겔(1821~96)이 19세기 벨기에 노동계급의 가계예산을 연구하면서
개발한 엥겔계수는 단순하지만 아주 강력한 설명력을 가진다. 이 지수는 가계의 총소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가난한 가정일수록 이 수치가 높다. 일반적으로 이 지수가
20% 이하면 상류층, 25~30%면 중류층, 30~50%면 하류층, 그 이상이면 최저 생활로 분류한다.
물론 식료품 안에서도 차이가 커서 기근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회에서는 보리·호밀·옥수수·감자처럼
물론 식료품 안에서도 차이가 커서 기근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회에서는 보리·호밀·옥수수·감자처럼
저렴한 식재료들을 구입하여 빵이나 죽 같은 가장 싼 조리 방식으로 소비한다. 게다가 조미(調味)에는
거의 신경 쓰지 못한 채 단순한 식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19세기 아일랜드 농민들은 1년
내내 거의 매끼 감자만 먹었다.
대부분 가난한 사회의 서민에게 고기는 최고의 사치품이고 그러다 보니 고기가 대화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대부분 가난한 사회의 서민에게 고기는 최고의 사치품이고 그러다 보니 고기가 대화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예컨대 페루의 샤라나와 족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에 의하면 이곳 사람들은 남녀노소 없이 늘 고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산다.
고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집들을 방문할 계획을 짜거나 혹은 자기 집에 고기가 많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이 사회에서 사냥꾼들은 고기를 미끼로 해서 여성들로부터 성적인 호의를 얻어낸다.
그러다 보니 유능한 사냥꾼은 성적인 경쟁에서도 대개 승자가 된다. 이런 사회는 분명 크게 호감이 가지는 않는 곳이다.
사회 전체의 평균도 중요하지만 연령대별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 전체의 평균도 중요하지만 연령대별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엥겔계수가 높아진다고 한다.
60세 이상은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월 112만원, 50세 이상은 월 240만원이었다.
60세가 넘으면 문화비나 외식비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부문이 대폭 줄어들었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는 늙으면 문화와는 거리가 먼 비인간적인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천민으로 떨어진다는 결론이 된다.
자손의 효도에 기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 미흡하다.
안심하고 늙을 수 있는 곳, 늙어서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 진정 좋은 사회가 아닐까.
결국 우리 모두 늙어 노인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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