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만든다. 옛 시인이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말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고 노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나 있게 마련이다.
아암(兒菴) 혜장(惠藏)은 대단한 학승이었다. 사람이 거만하고 뻣뻣해 좀체 남에게 고개 숙일 줄 몰랐다.
다산은 그를 위해 5언 140구 700자에 달하는 긴 시를 써주었다. 몇 구절씩 건너뛰며 읽어본다.
"이름 얻기 진실로 쉽지 않지만, 이름 속에 처하기란 더욱 어렵네.
"이름 얻기 진실로 쉽지 않지만, 이름 속에 처하기란 더욱 어렵네.
명예가 한 등급 더 올라가면, 비방은 십 층이나 높아진다네.
(成名固未易, 處名尤難能. 名臺進一級, 謗屋高十層.)"
"정색하면 건방지다 의심을 하고, 우스개로 얘기하면 얕본다 하지.
눈이 나빠 옛 벗을 못 알아봐도, 모두들 교만하여 뻗댄다 하네.
(色莊必疑亢, 語詼期云陵. 眼鈍不記舊, 皆謂志驕矜.)"
덕을 기르고 스스로를 낮춰 내실을 기할 뿐 교만한 태도로 공연한 비방을 부르지 말 것을 혜장에게 당부했다.
다산은 또 '고시(古詩)'에서는
다산은 또 '고시(古詩)'에서는
"들리는 명성이야 태산 같은데, 가서 보면 진짜 아닌 경우가 많네.
소문은 도올(檮杌·사람을 해치는 흉악한 짐승)처럼 흉악했지만, 가만 보면 도리어 친할 만하지.
칭찬은 만 사람 입 필요로 해도, 헐뜯음은 한 입에서 말미암는 법.
(聞名若泰山, 逼視多非眞. 聞名若檮杌 , 徐察還可親. 讚誦待萬口, 毁謗由一脣.)"이라고 노래했다.
세상에는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짜가 워낙 많아 자칫 속기가 쉽다.
선입견으로 겉만 보고 남을 속단해도 안 된다.
칭찬은 만 사람 입이 모여 이뤄지지만,
비방과 헐뜯음은 한 사람의 입만으로도 순식간에 번져나간다(謗由一脣).
걷잡을 수가 없다.
비방을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말을 줄이는 것이 좋다.
비방을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말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람 감정이 어디 그런가? 말꼬리를 잡고 가지를 쳐서 끝까지 간다.
다 피를 흘려야 끝이 난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다음 처리 과정에서 그 그릇이 드러난다.
가장 못난 소인은 제 잘못을 알고도 과감히 인정하여 정면 돌파하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미봉(彌縫)으로 넘어가려는 자다.
두 손으로 어이 하늘을 가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