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주막, 고달푼 나그네의 휴식처

바람아님 2014. 7. 29. 16:28
(출처 - 문화유산채널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http://www.k-heritage.tv/hp/hpContents/story/view.do?contentsSeq=2793&categoryType=2

주막, 고달픈 나그네의 휴식처


조선시대에 먼 길을 가려면 걷거나 말을 타는 수밖에 없다. 걷든 타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하기도 하고 목도 마르다. 그래서 쉴 곳을 찾으면 주막이 있다. 이제 조선시대 주막을 좀 구경해 보자.

그림1. 「김홍도, 주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 (1)은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주막」이다. 

짚으로 엮은 지붕 아래 왼쪽에는 주모가 구기로 술독에서 술을 떠내고 있고 옆에는 치마꼬리를 잡고 칭얼대는 어린 아들이 있다.

오른쪽에는 패랭이를 쓴 사내가 대충 밥상을 앞에 놓고 그릇을 기울여 마지막 한 술의 밥을 뜨고 있다. 

국에 만 밥인가, 아니면 물에 만 밥인가. 이 사내가 쓴 패랭이는 대를 가늘게 쪼갠 댓개비로 갓 모양으로 엮은 모자다. 

패랭이는 원래 여러 계층의 사람이 두루 쓰는 것이었지만, 조선시대가 되면 대개 천민이나 보부상이 쓰는 것이었다. 

보부상이 쓰는 패랭이에는 목화송이를 달지만 이 사내는 그것이 없다. 아마도 이 사내는 여행 중에 있는 천민일 것이다. 

패랭이 쓴 사내의 뒤에는 망건도 하지 않은 맨 상투의 사내가 입에 짧은 곰방대를 물고 주머니를 열고 있다. 

아마도 밥값을 내려나 보다. 한데 이 사내 역시 배꼽까지 내 놓고 있는 것을 보아서 당연히 양반은 아니고, 

패랭이 쓴 사내와 거의 대차 없는 신분일 것이다.

주모가 있는 곳은 기둥에 초가지붕만 얹은 반 옥외 공간이다. 그리고 그 밖에 싸리로 엮은 담이 빙 둘러쳐져 있다. 
대개 주막은 이 그림처럼 아주 간단하다. 좀 완비된 형태의 주막을 보려면, 김준근(金俊根, 19세기 말)의 「주막」(그림 2)을 
보면 된다. 방문을 활짝 열어 놓은 바깥채에 손님 둘이 앉아 있고, 안채 부엌에는 주모가 이남박에 쌀을 일고 있는 중이다. 
주막의 모습은 이런 형태에 가장 가까웠을 것이다.


그림2. 김준근, 「주막」,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소장



주막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역시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다. 
전쟁의 상처가 가라앉고, 대동법 같은 법의 제정과 일본과 중국을 잇는 중계무역의 발달, 그리고 농업에서 발생한 잉여 등이 
상업을 자극하자, 물자의 이동이 보다 활발해졌던 것이고, 이에 여행객에게 술과 음식, 그리고 숙박을 제공하는 주막들이 제법 
번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행객들이 많은 교통의 요지에는 주막이 몰려 있었다.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의 「주막거리」(그림 3)를 보자.
그림3. 김득신, 「주막거리」, 호암미술관 소장


그림 아래쪽 초가집 안에는 이미 여러 차례 본 바 있는 주모가 술과 안주를 팔고 있고, 그 앞에는 언치 얹은 소를 끌고 온 행인이 술을 사기 위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있는 참이다. 그 길을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박을 올린 초가집이 보이는데, 역시 술을 파는 아낙이 앉아 있다. 나귀를 끌고 온 댕기머리 총각이 막 찾아들고 있으며, 그 위쪽으로는 사선(紗扇)을 쥔 양반이 주막집 문으로 막 들어서려는 참이다. 이처럼 길을 따라 여러 주막이 동시에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던 것이다.


주막을 그린 그림은 꽤나 여러 점이 남아 있다. 
그림(4)는 이형록(李亨祿, 1808-?)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눈 내린 주막풍경」으로 천지가 눈에 덮인 날의 주막을 그린 것이다. 
그림4. 이형록, 「눈 내린 주막풍경」,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주막 안을 보면 한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큰 그릇을 들고 뭔가 일을 하고 있다. 

이 사람 앞에는 소반이 하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젓가락이 세 벌 놓여 있다. 이제 막 밥상 혹은 술상을 차리는 참인 것이다. 소반 주위에는 동이와 자배기, 그리고 술병이 놓여 있다. 대문 앞에 부담 지운 말을 앞세우고, 양손을 소매 속으로 넣고 몸을 웅크린 채 막 주막의 술청으로 들어서는 사내가 있다. 이 사내는 저 술단지와 술병의 술로 언 몸을 녹일 것이다.



주막은 초가집이다. 초가에 눈이 쌓여 지붕이 반반하게 보인다. 대문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건 제대로 된 주막이다. 대문 위에는 술집임을 알리는 장대가 솟아 있고, 거기에 매달린 주기(酒旗)에는 아마도 '酒'라고 써 놓았을 것이다. 물론 눈에 맞아 축 쳐졌지만. 집안에는 역시 눈이 소복하게 쌓인 장독대가 보인다. 그림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당을 건너가면, 나그네들이 잠을 청할 방이 나올 것이다. 거기에 그들은 여행으로 고단한 몸을 뉘였을 것이다. 
'풍속화로 보는 조선사람의 일상' 소개 <br>풍속화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김홍도(金弘道) 신윤복(申潤福) 김득신(金得臣) 김준근(金俊根) 등이 남긴 풍속화를 꼼꼼히 살펴 조선을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적 삶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