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8.23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청회 여관에서 | 淸淮旅舍
|
17세기 문신 조경(趙絅·1586~ 1669)이 여행 중에 허름한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묵고 싶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비좁고 허술한 집이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 들어갔더니 사지를 뻗기도 어렵다.
허리가 뻣뻣하여 한평생 남에게 굽혀본 적이 없는 허리도 이 집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너구리굴로도 모자라 창문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서 떠나고 싶어도 새벽이 올 것 같지 않다.
그래도 한뎃잠 자지 않은 게 어디냐면서 "하룻밤 잘 잤소이다" 인사하고 길을 떠난다.
언짢아하고 화내본들 어쩌랴?
먼 옛날 새우잠을 잔 과객의 헛헛한 푸념이 들려오는 듯하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세설신어 [126] 인양념마(因羊念馬) (0) | 2014.08.26 |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7) 우아한 취미 ‘서화 감상’ (0) | 2014.08.24 |
정민의 世說新語 [276] 과숙체락 (瓜熟蒂落) (0) | 2014.08.20 |
정민의 세설신어 [125] 용종가소(龍鍾可笑) (0) | 2014.08.19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26) 활쏘기를 연습하는 사연 (0) | 2014.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