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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민생 검사'가 야당으로 간 까닭은?

바람아님 2020. 2. 15. 18:37

(조선일보 2020.02.15 우석훈 경제학자)


검사내전


우석훈 경제학자우석훈 경제학자


나는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요즘은 '스토브리그'와 '검사내전' 두 가지를 동시에 본다.

둘 다 야구단과 검찰이라는 아주 이상한 조직에서 벌어지는 직장 생활에 관한 얘기다.

현실과 매우 흡사하고, 직장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군대식 조직을 다루고 있다.

그중 검사내전은 사회과학 책이 드라마 원작이 된 아주 특별한 경우인데,

드라마 방영 중에 책을 쓴 저자가 조직을 그만두고 정당에 영입되는 일이 벌어졌다.

책의 성공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검사내전'(부키)을 다시 읽다가 아픈 구절 하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검사실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나기 같은 소란들은 반복되어도 늘 새로운 여행 같았다. 물론 그 여행을

거치면서 더러 감탄하고 때론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성장하거나 진화하지 못했다."

사기꾼들을 주로 다루는 검사가 진화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묘한 아픔과 함께 안도감을 주었다.

이런 사람들이 구석구석에서 그래도 이 시스템을 지켜주는 것 아닌가 하는.


검사내전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부키/ 2018/  383 p
367.204-ㄱ861ㄱ/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예약초과(3명예약중)


김웅이 검사를 그만두고 여당이 아닌 야당,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야당으로 가면서

아마도 상당한 비난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가 문제로 삼은 경찰과 검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혁 부재에 관한 얘기가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할 만한 얘기를 한 거고, 여당과 반대 처지에 서게 되니까

그가 설 수 있던 땅이 아주 좁은 것도 맞는 것 같다.

아마도 한동안 그의 삶이 좀 험악할 것 같다.


직장 민주주의나 농업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한국에는 여야 혹은 진보·보수와는 별 상관 없이

움직이는 영역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로서, 그리고 저자로서 김웅 역시 별로 그렇게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다.

민생 경제라는 말이 유효하다면, 그도 민생 검사 아니었을까 싶다.

책이 드라마가 되고, 그렇게 생겨난 저자라는 독특한 지위가 결국 그를 정치로 호출하게 되었다.

책에서 보여준 유머와 담담한 관찰, 그 매력이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책으로 돌아와 '검사내전2' 혹은 '정치내전' 같은 걸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기왕에 하기로 한 거, 잘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