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981

한국 정치를 망치는 주자학적 명분론[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5. 11. 01: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하나의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다. 주자학(朱子學)이라는 유령이. 조선 왕조 500년 명실상부 국교(國敎)로 숭상되며 조선 지식층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주자학적 사유체계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곳곳에서 강력한 문화적 관성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 대다수는 주자학과 무관하다며 반발하겠지만, 문화란 핏속에 잠복하는 바이러스 같아서 의식 깊숙이 잠재돼 있다가 조건만 갖춰지면 사회심리학적 병증을 드러낸다. 군자-소인의 이분법에 근거한 주자학적 명분론은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위정자들에겐 언제나 달콤한 유혹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민생을 파괴해도, 엉터리 법안으로 국가 재정을 파탄 내도, 극렬한 당쟁으로 헌정사를 중단시켜도 ..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 화엄매, 그 꽃 진 자리

조선일보  2024. 5. 9. 00:24 바람결에 달려온 향긋한 꽃내음이 좋다. 아까시 꽃이 건네준 호사다. 하지만, 꽃의 아름다움도 한 시절이다. 하여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방방곡곡 꽃 대궐을 만든 춘삼월의 꽃이 지고 여름꽃이 피어나는 오월, 꽃 진 자리가 보고픈 나무가 있다. ‘구례 화엄사 화엄매’. 꽃피는 시기에 큰 인기를 얻는 매실나무다. 오랫동안 각황전 홍매화로 불리다가 올해 문화재청에서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확대 지정되었다. 들매화라 불리는 매실나무와 함께 ‘화엄매’란 특별한 이름도 얻었다. 이즈음 화엄매는 신록의 향연을 펼친다. 꽃핀 모습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꽃 진 후는 좀 생경해 보인다. 여느 나무와 마찬가지로 무성한 나뭇잎이 묘묘하게 뻗친 나뭇가지를 감싸고 있다. 홍매화 화엄..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중화적 우주관의 상징, 천단

중앙일보  2024. 4. 29. 00:18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며, 중화는 땅의 중심이고 황제는 하늘의 아들(천자)로 하늘에 제사를 지낼 권리와 의무가 있다. 고대부터 중국인들이 자부해 온 중화적 세계관의 핵심이고, 이를 건축으로 상징한 곳이 베이징의 천단이다. 난징(南京)에서 베이징(北京)으로 천도한 1420년, 명나라의 영락제는 황궁인 자금성을 건설하고 도시 남쪽에 천지단을 쌓았다. 여러 차례 제사 의례를 바꾸고 청나라 때 증축해 현재의 천단이 되었다. 천단 영역은 동지에 천제를 지내는 원구단, 신위들을 모신 황궁우, 그리고 정월에 풍년제를 지내는 기년전을 남에서 북으로 일렬로 배열했다. 영역의 서쪽엔 제사를 준비하는 재궁 등 부속시설을, 동쪽엔 정원을 조성했다. 원구단과 기년전은 각기 넓은 ..

美 종군기자 3인이 전한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 (3)[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4. 6. 02: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반 한강 인도교가 폭파될 때 바로 그 현장에서 폭풍(爆風)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3인의 미국인 종군기자들이 있었다. 당시 국군은 인도교 남쪽 제2, 제3 상판을 폭파했고, 이 3인의 종군기자들은 발파 지점에서 불과 25야드(23미터) 떨어진 제1 상판 위에서 지프를 타고 있었다. 그날 아침 천신만고 끝이 한강을 건넌 수원까지 간 3인은 “한강 다리 폭파” 관련 특종 기사를 쏟아냈다. “슬픈 중국”에서는 지난 와 두 차례에 걸쳐서 이 3인의 종군기자가 전한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미 언급했듯, 이들이 쓴 기사들은 생존자들의 목격담이면서, 동시에 직업적으로 훈련..

청나라 모래바람도 조선의 젊은 열정은 꺾지 못했다

조선일보 2024. 4. 6. 03:01 [아무튼, 주말] [손관승의 영감의 길] 발로 쓴 해외 견문록 이기지의 ‘일암연기’ 꽃 소식과 함께 황사도 찾아왔다. 300년 전의 여행자 이기지(1690~1722)의 자취를 따라가던 날도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의 청나라 여행기 ‘일암연기(一菴燕記)’는 조선 사신단이 황사로 고생하는 장면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동악묘 앞에 도착하자 뒤쪽에서 세찬 바람이 일었는데, 먼지와 모래가 하늘을 뒤덮어 지척에 있는 사람과 말조차 분간할 수 없었으며” 숙소로 돌아와 “급히 양치하고 세수하였으나 치아 사이에서 여전히 모래 가루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고 기록한다. 이전 사신단은 황사로 호마(胡馬)를 잃어버렸을 정도로 북방의 모래바람은 골칫거리였다. 1720년, 숙종의 사..

美 종군 기자 3인이 전한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 (2)[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3. 30. 02: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지난 회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1)에 이어서 이번 회에서도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반 한강 인도교가 폭파될 때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던 미국인 종군 기자 3인의 기록을 꼼꼼히 읽어보자. 1993년 KBS 역사 다큐멘터리, 상상으로 신화를 창작 1993년 KBS에서 제작·방영한 다큐멘터리극장 “한강 인도교 폭파와 부산 정치파동”의 첫 장면은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반 경의 상황을 “재현”한 영상으로 시작된다....다큐멘터리는 배경에 깔리는 두 군인의 대화로 폭파 직전의 상황을 묘사한다....피난민들이 가득 차 있는 한강 다리를 군인들이 뻔히 보면서 상부의 명령에 따라서 다리를 폭파했다는 주장..

백두산, '中 창바이산'으로 유네스코 등재…정부 "계속 주시"

뉴시스 2024. 3. 28. 16:10 中영토 세계지질공원 지정…학계선 우려도 주유네스코 한국대사 "한국인에 중요한 산" 백두산이 중국명 '창바이(長白)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해나간다는 입장이다. 28일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창바이산을 비롯한 18개 후보지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이에 세계지질공원은 총 48개국 213곳으로 늘어났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정된다.백두산은 4분의 1이 북한, 4분의 3이 중국 땅에 해당한다. 천지는 약 55%가 북한 영토다. 이에 북한도 지난 2019년 백두산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의 진실 (1)[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3. 23. 02:00 수정 2024. 3. 23. 22:34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일견폐영(一犬吠影)하니 백견폐성(百犬吠聲)하더라”는 말이 있다.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백 마리 개들이 떼로 그 소리를 듣고서 짖더라는 뜻이다. 허깨비를 보거나 거짓말에 속아 무리 지어 난동하는 우중(愚衆)을 꼬집는 날카로운 풍자(諷刺)다....흔히 500~800명의 양민이 학살됐다 “카더라”는 “한강 다리 폭파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는 과연 그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으며, 무엇에 허망하게 속아 왔는가? 1950년 6월 28일 오전 2시 30분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던 순간 그 다리 위에 3인의 미국인 종군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