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94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8] 비행기 사고

조선일보  2025. 2. 2. 23:54 Edith Piaf ‘Hymne A L’amour’(1950)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연이어 일어난 비행기 사고로 지구촌은 슬픔에 잠겼다. ‘공항으로 운전하는 일이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송 수단 중에서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입증되지만, 사고 한 번이 비극적인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1년 내내 순회 공연을 다녀야 하는 뮤지션은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가 적지 않다. 1959년 ‘La Bamba’로 순식간에 알려진 17세의 로큰롤 아이돌 리치 밸런스와 록음악의 혁명아였던 버디 홀리가 탄 비행기가 추락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돈 매클레인은 그의 대표..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7] 오드리 헵번 스타일

조선일보  2025. 1. 26. 23:52  수정 2025.01.27. 00:16 Edith Piaf, ‘La Vie en Rose’(1946)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그의 장녀 이방카가 입은 드레스를 두고 온라인에선 입방아가 한창이다. 이방카는 1954년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위베르 드 지방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재현했다. 검은색 긴 장갑과 스트레토 힐,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착용하면서 헵번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백악관은 “오드리 헵번은 오랫동안 이방카의 개인적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금수저 이방카가 선택한 패션이 소녀 시절에는 나치군에 저항하고 평생을 유니세프와 같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친 헵번의 기억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6] 미국 대통령 취임식

조선일보  2025. 1. 20. 00:05 Renee Fleming ‘You’ll Never Walk Alone’(2012) 1953년 대통령에 취임한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미국 현지 시각으로 1월 20일 낮 12시는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취임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는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해이기도 한 1789년 조지 위싱턴이 초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이렇게 탄생했다. 대통령제가 큰 혼란 없이 정착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건국의 아버지’ 조지 위싱턴의 공이 적지 않다. 그는 재선 이후 더 욕심부리지 않고 권력을 이양함으로써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을 불문율로 남겨 놓았다. 경제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5] 카터와 포드의 우정

조선일보  2025. 1. 12. 23:54 Bob Dylan ‘Narrow Way’(2012) “나는 남부인이자 미국인이며, 농부, 핵물리학 엔지니어, 아버지이자 남편, 기독교인, 정치인이며 전 주지사이자 해군 장교, 그리고 밥 딜런의 노래와 딜런 토머스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10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1월 9일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전현직 대통령 다섯 명이 그를 떠나보냈다. 지미 카터는 민주당 출신으로 재선에 실패한 유이(唯二)한 대통령이면서 역대 지지율에서는 해리 트루먼과 꼴찌를 다투었을 정도로 인기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퇴임 후에 인권과 평화를 위해 세계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퇴임 이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일한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4] 그린란드

조선일보  2025. 1. 5. 23:50 Pete Seeger, The Greenland Whale Fisheries(1973) 아직 취임도 하기 전인데 새해 벽두부터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 특유의 외교적 블러핑이 시작됐다. 캐나다를 미국 51번째 주로 노골적으로 격하시키는가 하면, 이미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이양한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발언은 일국의 수장으로서 다른 독립국가의 주권을 모독하는 엄청난 외교적 결례다. 그러나 장사꾼의 피가 흐르는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예의와 관례 따위는 아랑곳 않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가 눈독 들이는 또 다른 지역은 북극의 얼음 섬인 덴마크령 그린란드다. 트럼프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3] 세밑 그리고 새해 음식

조선일보  2024. 12. 29. 23:54 Melvin Van Peebles, Hoppin’ John(1971) 한 해의 마지막인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 먹는 밥을 두고 골동반이라고 했다. 골동반은 비빔밥의 한자어이다. 그리고 다음 날 새해 아침엔 떡국을 먹는다. 1849년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서 이를 희다고 백탕(白湯), 혹은 떡을 넣은 탕이라는 뜻으로 병탕(餠湯)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비빔밥으로 한 해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긴 가래떡처럼 장수하라는 축원을 넣어 떡국을 먹었다. 일본에선 마지막 날 밤 도시코시소바를 먹는다. 도시코시는 해를 넘긴다는 의미고, 소바는 메밀로 만든 국수다.....중국은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교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교자를 의미하는 ‘자오쯔’..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2] 캐럴의 명과 암

조선일보  2024. 12. 22. 23:50 Elvis Presley ‘Blue Christmas’(1957)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세계 각지의 거리에선 ‘캐럴(Carol)’이라고 불리는 음악들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진다. 음악의 장르 용어들이 그러하듯이 캐럴의 정확한 의미와 연원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중세 이후 종교개혁을 거치며 엄숙한 교회음악과 교회 밖의 세속적인 축제음악이 잡종 교배하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곡가 월리엄 버드 같은 이들이 캐럴이라 부르는 모테트(다성부 성악의 일종)들을 작곡했는가 하면 작자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민요 성격의 캐럴들이 또한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런 캐럴 음악이 상업적인 차원에서 기폭제가 된 것은 역시 1942년..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0] 권력의 비상계엄

조선일보  2024. 12. 9. 00:02 Napalm Death ‘Siege of Power’ (1987) 영국의 록 밴드 네이팜 데스는 그라인드코어(Grindcore)의 시조로 불린다. 그라인드코어란 펑크의 계보에서도 극단적인 야만성을 추구하는 장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빠르고 거친 비트와 낮은음을 마구잡이로 긁어대는 일렉트릭 기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위악적으로 울리는 그로울링 보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 ‘권력의 비상계엄’이 실린 네이팜 데스의 데뷔앨범은 전 세계 메탈·펑크 커뮤니티를 충격에 빠트렸다. 비상계엄령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Martial law’. 글자 그대로 ‘군대의 법’인데 국가 비상 상황에서 민간 정부의 통치를 군대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비상사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