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88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2] 캐럴의 명과 암

조선일보  2024. 12. 22. 23:50 Elvis Presley ‘Blue Christmas’(1957)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세계 각지의 거리에선 ‘캐럴(Carol)’이라고 불리는 음악들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진다. 음악의 장르 용어들이 그러하듯이 캐럴의 정확한 의미와 연원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중세 이후 종교개혁을 거치며 엄숙한 교회음악과 교회 밖의 세속적인 축제음악이 잡종 교배하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곡가 월리엄 버드 같은 이들이 캐럴이라 부르는 모테트(다성부 성악의 일종)들을 작곡했는가 하면 작자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민요 성격의 캐럴들이 또한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런 캐럴 음악이 상업적인 차원에서 기폭제가 된 것은 역시 1942년..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0] 권력의 비상계엄

조선일보  2024. 12. 9. 00:02 Napalm Death ‘Siege of Power’ (1987) 영국의 록 밴드 네이팜 데스는 그라인드코어(Grindcore)의 시조로 불린다. 그라인드코어란 펑크의 계보에서도 극단적인 야만성을 추구하는 장르다. 상상을 초월하는 빠르고 거친 비트와 낮은음을 마구잡이로 긁어대는 일렉트릭 기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위악적으로 울리는 그로울링 보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 ‘권력의 비상계엄’이 실린 네이팜 데스의 데뷔앨범은 전 세계 메탈·펑크 커뮤니티를 충격에 빠트렸다. 비상계엄령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Martial law’. 글자 그대로 ‘군대의 법’인데 국가 비상 상황에서 민간 정부의 통치를 군대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비상사태’를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9] 폭설

조선일보  2024. 12. 1. 23:54 Jim Reeves ‘The Blizzard’(1961) 눈은 인류의 예술가들에게 순수하고 서정적인 영감을 끊임없이 제공해 온 사랑스러운 자연이지만 (특히 크리스마스와 결부되면 더욱) 그것이 ‘폭설’이 되면 재앙이 된다. 지난주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설은 117년 만의 역대 최고 적설량을 기록하며 ‘첫눈’에 대한 모든 따뜻한 동경의 기억을 파괴시켰다. 팝 음악사를 통틀어 눈에 대한 아름다운 노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재앙의 눈인 폭설에 관한 노래는 많지 않다.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짐 리브스는 죽기 3년 전에 이 노래를 발표하여 빌보드 컨트리 차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우리에겐 ‘Both Sides Now’의 히트로 유명한 주디 콜린스도 ..

테일러 스위프트, 美빌보드 '21세기 최고 팝스타' 2위…1위는?

연합뉴스  2024. 11. 28. 04:51 BTS 19위, 레이디 가가 5위, 드레이크 4위, 리한나 3위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 음악매체 빌보드가 선정한 '21세기 최고 팝스타' 2위에 뽑혔다. 빌보드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체 선정한 '21세기 최고 팝스타'(Billboard's Greatest Pop Stars of the 21st Century) 2위로 스위프트를 꼽으며 "컨트리 음악에서 팝 음악으로 전향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 형태나 규모 면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스위프트가 미국의 최고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을 4차례나 수상한 유일한 가수이며, 빌보드 차트인 '핫 100'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곡을 올렸..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8] 패러다임의 흥망성쇠

조선일보  2024. 11. 25. 00:00 Billie Eilish ‘Everything I Wanted’(2019)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기존의 질서가 일거에 몰락하거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진화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교수인 경영사회학자 리언 메긴슨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빌려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유명한 말을 남긴다. 즉 가장 지적이거나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해서 수용하고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일본 세이코사의 혁신적인 쿼츠 기술 때문에 스위스의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들이 대거 몰락한 것이나, 필름 카메라 시절의 강자였던 니콘이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이르러 소니에 밀려 도산의 문턱까지 내몰린 것, 그리고 한때 모바일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7] 패자의 승복

조선일보  2024. 11. 17. 23:54 R.E.M. ‘Everybody Hurts’(1992) 1984년 시즌이 저물어 가면서 한국 프로야구계는 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만수가 초유의 타격 3관왕을 차지할 것인지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미 홈런왕과 타점왕은 따놓은 당상이었다.....삼성 김영덕 감독은 타율 관리를 위해 이만수를 결장시키고 하필 마지막 두 경기에서 만난 롯데의 홍문종에게 무려 9개의 고의 사구를 지시하며 이만수를 기어코 타격 3관왕으로 만든다. “비난은 한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기며.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애칭을 지닌 타격 3관왕은 그 후 40년이 흐르는 동안 롯데의 이대호만이 누려본 최고의 영광이다. 역사가 잔인한 것은 그것이 승리자를 위한 레드 카펫이기..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6] 사랑의 힘

조선일보  2024. 11. 10. 23:50 Celine Dion ‘The Power of Love’(1993) 11월 11일은 초콜릿이 발린 스틱 과자의 상품명을 빌려 와 빼빼로데이로 불린다. 이젠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능가하는 이 데이 마케팅의 전설은 1993년 부산의 한 여고에서 시작되었다. 즉 이 비공식적인 기념일은 앞의 두 기념일과는 달리 이윤을 노린 기업의 마케팅 기획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아라비아숫자 11이 나란히 있는 모양이므로 중국에서는 솔로들의 날이라는 뜻의 광곤절(光棍節)로 자리 잡았다. 이날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젊은 세대를 겨냥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하는 날로 정착돼 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올드 야구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롯..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5] 여성 유권자

조선일보  2024. 11. 3. 23:54 Tammy Wynette ‘Stand By Your Man’(1968) 마지막 투표함이 열릴 때까지 모른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사상 유례없는 초박빙 양상이 개표 막바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부인 멜라니아는 거의 은둔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을 꿈꾸며 정력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해리스 후보의 남편 엠호프와는 다르다. 멜라니아는 선거보다는 자신의 회고록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인상이다. 많은 선거 전문가는 이번 선거가 여성 유권자와 백인 남성 노동자층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992년 대선 과정에서 클린턴의 배우자인 힐러리는 “태미 와이넷의 노래처럼 남편 옆이나 지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