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 10377

한국 정치를 망치는 주자학적 명분론[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5. 11. 01: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하나의 유령이 한반도를 배회하고 있다. 주자학(朱子學)이라는 유령이. 조선 왕조 500년 명실상부 국교(國敎)로 숭상되며 조선 지식층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주자학적 사유체계는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곳곳에서 강력한 문화적 관성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 대다수는 주자학과 무관하다며 반발하겠지만, 문화란 핏속에 잠복하는 바이러스 같아서 의식 깊숙이 잠재돼 있다가 조건만 갖춰지면 사회심리학적 병증을 드러낸다. 군자-소인의 이분법에 근거한 주자학적 명분론은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위정자들에겐 언제나 달콤한 유혹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민생을 파괴해도, 엉터리 법안으로 국가 재정을 파탄 내도, 극렬한 당쟁으로 헌정사를 중단시켜도 ..

[백영옥의 말과 글] [353] 가면

조선일보  2024. 5. 10. 23:52 노예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청중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데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아낌없이 기술을 전수해주던 사장이 암에 걸려 치료 중이라 이직을 고민 중이라는 사연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직하면 직원이 몇 없는 회사가 망하진 않을까 괴롭다고 했다. 놀라운 건 강사의 호통이었다. 노예가 왜 주인 걱정을 하냐는 것이다. 세상을 갑과 을로만 보는 그의 시각에 놀라 아직까지 잔상에 남는다. 술에 취해 귀가하는 후배의 안전을 걱정해 택시 번호판을 휴대폰으로 찍은 선배가 있다. 또 한 선배는 회식 자리의 신입에게 외모 품평에 술 따르기를 강요한 상사를 제지하며 미투를 경고했다. 대부분은 이들의 행동에서 선의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직장 내..

104세 철학자 김형석 “尹대통령,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야”

서울신문  2024. 5. 10. 01:21 “자유민주주의 뒷받침 지식 없어 다방면 학자들과 티타임 가지길 건강 비결은 젊은 사람과의 만남 ‘성장’했던 65~70세 때 가장 행복” “윤석열 대통령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104세 ‘한국 최고령 철학자’로 통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건넨 조언이다. 김 명예교수는 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북이십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역사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독선에 빠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이 말하면 장관들도 모두 옳다고 하며 따라간다”며 “윤 대통령은 장관이 아닌 다방면의 학자들을 일주일에 한..

[단독] “죽음이 두렵다”… ‘연명의료 거부’ 철회자 급증 [삶과 죽음 사이②]

국민일보  2024. 5. 10. 00:05 가족 압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철회자 급증 “환자 생각 더 신중히 들어봐야”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죽음을 택하겠다는 이들이 230만명을 넘어섰지만, 반대로 이런 결정을 했다가 나중에 마음을 바꾸는 이들도 함께 늘고 있다. 가벼운 마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접수했다가 변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확정된 죽음’이라는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의 반발에 어쩔 수 없이 선택을 철회하는 경우도 많다. 10일 국민일보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철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한 건수는 2020년 469건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925건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누적 통계로 보면 2019년 501건..

1735년 프랑스 귀족도 좋아했던 굴… 치사율 높은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

조선일보  2024. 5. 9. 04:32 [명작 속 의학] [108] 佛화가 트로이의 ‘굴 만찬’ 유럽에서 굴은 비싸고 귀한 음식이다. 유럽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굴을 쌓아놓고 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굴 양식이 어렵고, 수입하려고 해도 금방 상해버려서 굴 가격이 높단다. 루이 15세 왕정 당시 1735년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드 트로이가 그린 ‘굴 만찬’(Oyster Dinner)은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젊은 귀족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방에 모여서 고급 도자기에 굴을 올려 놓고 샴페인과 함께 먹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인다. 식탁과 바닥에는 먹고 난 굴 껍질이 널브러져 있다. 굴이 얼마나 귀했으면, 실컷 먹는 장면을 그림으로 남겨 놓았을까 싶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낮..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 화엄매, 그 꽃 진 자리

조선일보  2024. 5. 9. 00:24 바람결에 달려온 향긋한 꽃내음이 좋다. 아까시 꽃이 건네준 호사다. 하지만, 꽃의 아름다움도 한 시절이다. 하여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방방곡곡 꽃 대궐을 만든 춘삼월의 꽃이 지고 여름꽃이 피어나는 오월, 꽃 진 자리가 보고픈 나무가 있다. ‘구례 화엄사 화엄매’. 꽃피는 시기에 큰 인기를 얻는 매실나무다. 오랫동안 각황전 홍매화로 불리다가 올해 문화재청에서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확대 지정되었다. 들매화라 불리는 매실나무와 함께 ‘화엄매’란 특별한 이름도 얻었다. 이즈음 화엄매는 신록의 향연을 펼친다. 꽃핀 모습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꽃 진 후는 좀 생경해 보인다. 여느 나무와 마찬가지로 무성한 나뭇잎이 묘묘하게 뻗친 나뭇가지를 감싸고 있다. 홍매화 화엄..

의료공백 장기화에… ‘외국인 의사’ 진료 허용

국민일보  2024. 5. 9. 00:18 정부 “휘둘리지 않겠다” 초강수 이르면 이달 내… 전공의 역할 대체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자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를 소지한 이들의 국내 진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보건의료위기 최상위 ‘심각’ 단계에서는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23일부터 의사 집단행동에 따라 보건의료 재난경보를 ‘심각’단계로 발령한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도 외국 의료인이 국내에서 교환 교수 업무, 국제 의료단의 의료봉..

코로나 백신, 척수 건드렸다…1억명 조사 충격적 부작용

중앙일보  2024. 5. 8. 21:00 “이 남성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장장 600일 넘게 감염돼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의 몸에서 수십 가지 변종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전염병 학회 글로벌 회의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의 발표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한 사람 몸에서 613일 동안 죽지 않고 버티면서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년에 가까운 이 감염 기간은 사상 최장 기록이다. 2022년 2월 코로나에 감염된 이 남성은 당시 72세였다. 그는 림프종 등 혈액암과 유사한 여러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후 병원을 방문해 코로나 검사를 받을 때마다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혈액에 큰 결함이 있었기에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