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 5239

법학도 때려치고 쓱쓱 …피카소가 대놓고 질투한 라이벌로 우뚝 [0.1초 그 사이]

헤럴드경제  2024. 5. 11. 00:11 ⑧ 앙리 마티스  생 로랑 소장 ‘노란꽃…’ 692억 낙찰 정규 교육 못받아도 ‘야수파 거장’ 인정 거트루드·피카소 등 작품 가치 알아봐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1936~2008). 한국에서는 줄여서 ‘입생로랑’으로 알려진 명품 브랜드 창립자인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만 이듬해,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진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였죠. 경매가 진행된 당시 2009년은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만큼은 불황도 비켜간 ‘세기의 경매’가 이뤄진 건데요. 낙찰 총..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30] 라비니아 폰타나와 자녀들

조선일보  2024. 5. 7. 00:09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였던 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1552~1614)가 그린 로마 귀부인 비앙카 마셀리와 자녀들이다. 이들의 호화로운 차림새뿐 아니라 폰타나에게 초상화를 주문했다는 걸 봐도 이 집안의 부를 짐작할 수 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다자녀만으로도 이미 부자 인증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폰타나는 볼로냐 최고 화가의 딸이었던 덕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딸의 천부적 소질을 일찍 알아본 부친은 제자와 폰타나를 맺어주며 결혼 후에도 부부가 친정에 살면서, 남편이 아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폰타나 앞으로 귀족들이 줄을 서서 초상화를 주문했고, 폰타나는 마침내..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사랑의 향기를 담은 등나무꽃

한국일보  2024. 5. 6. 04:31 어느 황량한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낯선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녹슨 창살과 금이 간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골목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이 황량함을 뒤덮는 듯 무성한 등나무 덩굴이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보라색 꽃들은 용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여름철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막’ 등나무였지만, 그날은 꽃의 아름다움을 맘껏 발산하고 있었다. 4~5월에 피는 이 꽃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고, 은은한 향기는 온 골목을 가득 채웠다.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름다움에 취했다. 누군가 먼저 휴대전화를 꺼내 꽃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주변 사람들도 사진에 담기 바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0] 천조국(千兆國)

조선일보  2024. 5. 6. 00:11 Black Sabbath (1970)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또한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2027년 내로 대만을 무력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중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을 극복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현재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힘이 압도적인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미국의 이 압도적인 힘을 가장 잘 요약하는 신조어가 바로 ‘천조국(千兆國)’이라는 말이다. 어느 밀리터리 마니아가 쓰기 시작한 이 말은 한 해 국방 예산이 우리 돈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에 빗대서 만들었다.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죽은 아내 돌려주세요” 꽃미남의 눈물 호소…‘비장의 무기’ 꺼낸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오르페우스 편]

헤럴드경제  2024. 5. 4. 00:11 리라를 든 음유시인영웅 음악으로 세이렌 맞서고 명계王 하데스까지 홀려 “뒤돌아보지 말라” 경고 끝내 참지 못하고 결국… 불행한 결과-비참한 최후 ※이번 기사는 평소보다 약간 더 깁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 더 풍부한 예술가와 작품을 소개하고픈 마음 탓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피에르 마르셀 베로노(Pierre Marcel-Beronneau·1869~1937)는 〈오르페우스와 하데스〉를 통해 이 장면을 그렸다. 저승에서 홀로 후광을 받는 오르페우스가 눈을 감고서 음을 만들고 있다. 그 위에 앉아있는 이가 하데스로 보인다. 그리고, 오르페우스가 악기를 들자 지하 세계의 모든 인간과 괴물이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피터 프리스..

[사진의 기억] 소달구지와 아이들

중앙SUNDAY  2024. 5. 4. 00:06 아이들을 가득 태운 소달구지가 보리밭 옆을 지나고 있다. 꼬박 걸어서 집에 가야 할 판인데 옆집 아저씨의 소달구지를 만났으니 운수대통한 날이다. 울퉁불퉁한 길이라 달구지가 삐거덕거리고 덜컹대도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종종 길에서 소달구지를 만나면 아이들에겐 행운이지만 그러지 않아도 짐이 무거운 소에게는 피하고 싶은 불운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가 드물던 시절, 설사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자동차도로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던 그 시절 시골길에는 소달구지가 요긴한 이동 수단이었다. 산자락을 몇 개쯤 돌아야 마을에 도착하려나. 오른쪽에 외딴 초가집 두 채는 아직 더 깊이 들어가야 동네가 나올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보리밭에선 보리가 파랗게 물결치고 길가의 나..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마음을 정화시킨 화엄사의 종소리

한국일보  2024. 4. 29. 04:32 만물은 어둠 속에 빠져있고 날이 밝기는 요원한 이른 새벽. 조용한 산사에 갑자기 천둥 같은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화엄사(전남 구례군)가 깨어나는 순간이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유래한 천년고찰답게 새벽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을 가리키는 불전사물의 소리에서 시작하고, 해 질 녘 또 한 번 소리로 하루를 마감한다. 삼라만상의 어둠을 걷어내고 천하의 만물을 깨우는 의식인 동시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제일 먼저 울린 법고는 땅 위에 사는 중생을, 목어는 물속에 사는 중생을,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마지막을 장식한 범종은 천상과 지옥에 있는 중생을 일깨우기 위해 울린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대..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09] 인도의 약진

조선일보  2024. 4. 29. 00:01 A.R. Rahman (2008) 인도의 뭄바이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2008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트로피 8개를 휩쓸었다. 이 영화는 95년 아카데미 역사상 남녀 주조연상 부문에 단 한 명도 후보를 올리지 못했으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여섯 번째 영화다. 인도는 ‘발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국 영화 시장을 가진 나라지만 인도 영화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인해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또한 원작 소설은 인도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의 것이지만 연출은 영국인 감독 대니 보일이 맡은 영국 제작 영화다. 팝 음악사에서 인도가 등장하는 순간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