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 5345

엄마의 마음[이은화의 미술시간]〈362〉

동아일보  2025. 3. 19. 23:09 푸른 방 안에 푸른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푸른색 의자에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 표지도 푸른색이고 벽에 걸린 그림 속 성모도 푸른 옷을 입었다. 커다란 창을 통해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는데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뜨개질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나 안셰르가 그린 ‘푸른 방의 햇빛’(1891년·사진)은 이렇게 온통 푸른색으로 가득하다. 안셰르는 덴마크 최북단의 어촌 마을 스카겐 출신으로, 당대 가장 혁신적인 화가로 손꼽힌다. 그림 속 방은 그녀의 어머니가 실제로 쓰던 방이고, 아이는 당시 여덟 살이던 딸 헬가다. 안셰르의 엄마는 남편과 함께 호텔을 운영하면서 여섯 자녀를 낳아 길렀는데, 유독 막내인 안셰르에게 헌신적이었다.....딸이 동료 화가 미샤엘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4] 옥수수와 '트럼프 관세'

조선일보  2025. 3. 16. 23:54                     Alabama ‘American Farmer’(2015) 미국 컨트리 음악계의 비틀스라 불리는 4인조 앨라배마는 1969년 결성 이후 5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역을 고수하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통산 75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밴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멤버는 모두 남부 앨라배마주 출신이다. 남부 백인의 삶을 낙관적으로 그려왔다.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이들은 2015년 발표한 이 노래에서 그들의 주 고객이기도 한 미국의 농부들에게 이렇게 찬사를 바친다. “미국의 농부여, 우리 모두는 그대들에게 기대고 있지요/우리 미국을 먹여 살리는 미국의 농부여(Ame..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3] 소수 인종 우대와 동문 자녀 우대

조선일보  2025. 3. 9. 23:51 Rage Against The Machine ‘Take The Power Back’(1992) 1962년 공군에서 막 제대한 흑인 청년 제임스 메러디스는 인종 차별로 악명 높은 미시시피대학에 입학 원서를 낸다. 그는 유색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취소됐고, 흑인 인권 운동 진영과 인종차별주의자들 간의 대규모 폭력 충돌이 일어났다. 유혈전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케네디가 연방군까지 투입하면서 끝났다. 그 직후 케네디는 ‘소수 인종 입학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도입했고 이는 전 미국의 대학에 적용된다. 밥 딜런이 1963년에 발표한 ‘옥스퍼드 타운(Oxford Town)’은 바로 이 메러디스 사건을 다룬 노래다. 하지만 2024년 6월 미국 연방..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2] 고뇌에 빠진 미국 민주당

조선일보  2025. 3. 2. 23:52 P!nk, ‘What about us’(2017) 멕시코만에서 우크라이나 전선까지 트럼프의 행보는 이제 통제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거침이 없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잃고 야당이 된 미국의 민주당은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다. 트럼프의 자신감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층을 장악한 데서 나온다. 친민주당 성향의 뉴욕 타임스는 민주당의 오판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민주당이 당연한 표밭으로 생각한 미국 노동 계층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동안 민주당은 이십 년이 넘도록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분노한 이들은 오하이오나 펜실베이니아주 같은 러스트 벨트 지역 모두 공화당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게 만들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1] 에그플레이션

조선일보  2025. 2. 23. 23:52 Lady Gaga, ‘Boys Boys Boys’(2008) 달걀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는 식재료다. 영국의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말처럼 달걀은 가장 맛있고 저렴하며 가장 휼륭한 단백질원이다. 무엇보다 요리하기도 쉽다. 매해 약 1조2000억개 이상의 달걀이 소비된다. 1인당 소비량 1위는 멕시코다. 일본, 아르헨티나, 미국 등이 그 뒤를 잇고, 우리나라도 톱10에 들어간다. 달걀이 사라진 미국의 식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런데 조류 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인해 미국의 달걀 가격이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가히 에그플레이션이라고 불러도 이상치 않은 상황이다. 계란의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에선 닭을 키워 달걀을 자급자족하려는 가정이 늘고..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0] 미국의 기사 식당

조선일보  2025. 2. 16. 23:54 John Schneider ‘Cracker Barrel’(2018) 싼값에 푸짐한 한 끼를 제공하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기사 식당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간편하고 값싼 편의점 음식에 밀리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미국의 중심 뉴욕, 그것도 맨해튼에 기사(kisa) 식당이 등장해 고작 1년 만에 뉴요커들이 줄 서는 식당이 되었다고 한다. 메뉴는 한국 기사 식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는 자판기 믹스 커피를 주는 등 한국의 서민 식당 문화를 담은 것이 뉴욕 현지인들에게 먹히는 듯하다. ‘운전자의 나라’인 미국에도 우리의 기사 식당 같은 개념의 레스토랑이 있다. 미국 고속도로에 우리나라와 같은 휴게소 같은 시설은 없지만, 고속도로..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9] 화가 난 캐나다

조선일보  2025. 2. 10. 00:02 “Weird Al” Yankovic, ‘Canadian Idiot’(2006) 이웃 강대국에 가려 존재감이 약하지만 캐나다는 알짜 국가다. 미국이나 중국보다 큰 영토를 가지고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5만달러를 넘어 인구 3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다. 국호인 캐나다는 이로쿼이 원주민 부족의 말로 ‘마을’이라는 뜻이다. 영연방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우측통행을 할 정도로 미국과 공유하는 지점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캐나다에선 반미 감정이 소비자 사이에서 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캐나다산을 사자(Buy Canadian Instead)’는 구호를 담은 팻말들이 곳곳의 마트에 등장하고 있다. 크..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8] 비행기 사고

조선일보  2025. 2. 2. 23:54 Edith Piaf ‘Hymne A L’amour’(1950)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연이어 일어난 비행기 사고로 지구촌은 슬픔에 잠겼다. ‘공항으로 운전하는 일이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송 수단 중에서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입증되지만, 사고 한 번이 비극적인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1년 내내 순회 공연을 다녀야 하는 뮤지션은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가 적지 않다. 1959년 ‘La Bamba’로 순식간에 알려진 17세의 로큰롤 아이돌 리치 밸런스와 록음악의 혁명아였던 버디 홀리가 탄 비행기가 추락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돈 매클레인은 그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