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 5340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50] 미국의 기사 식당

조선일보  2025. 2. 16. 23:54 John Schneider ‘Cracker Barrel’(2018) 싼값에 푸짐한 한 끼를 제공하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기사 식당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간편하고 값싼 편의점 음식에 밀리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미국의 중심 뉴욕, 그것도 맨해튼에 기사(kisa) 식당이 등장해 고작 1년 만에 뉴요커들이 줄 서는 식당이 되었다고 한다. 메뉴는 한국 기사 식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는 자판기 믹스 커피를 주는 등 한국의 서민 식당 문화를 담은 것이 뉴욕 현지인들에게 먹히는 듯하다. ‘운전자의 나라’인 미국에도 우리의 기사 식당 같은 개념의 레스토랑이 있다. 미국 고속도로에 우리나라와 같은 휴게소 같은 시설은 없지만, 고속도로..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9] 화가 난 캐나다

조선일보  2025. 2. 10. 00:02 “Weird Al” Yankovic, ‘Canadian Idiot’(2006) 이웃 강대국에 가려 존재감이 약하지만 캐나다는 알짜 국가다. 미국이나 중국보다 큰 영토를 가지고 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5만달러를 넘어 인구 3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다. 국호인 캐나다는 이로쿼이 원주민 부족의 말로 ‘마을’이라는 뜻이다. 영연방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우측통행을 할 정도로 미국과 공유하는 지점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무기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캐나다에선 반미 감정이 소비자 사이에서 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캐나다산을 사자(Buy Canadian Instead)’는 구호를 담은 팻말들이 곳곳의 마트에 등장하고 있다. 크..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8] 비행기 사고

조선일보  2025. 2. 2. 23:54 Edith Piaf ‘Hymne A L’amour’(1950)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연이어 일어난 비행기 사고로 지구촌은 슬픔에 잠겼다. ‘공항으로 운전하는 일이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송 수단 중에서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 입증되지만, 사고 한 번이 비극적인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1년 내내 순회 공연을 다녀야 하는 뮤지션은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가 적지 않다. 1959년 ‘La Bamba’로 순식간에 알려진 17세의 로큰롤 아이돌 리치 밸런스와 록음악의 혁명아였던 버디 홀리가 탄 비행기가 추락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돈 매클레인은 그의 대표..

"아들보다 어린 남자와 재혼"…누구도 막지 못한 그녀 정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한국경제  2025. 2. 1. 13:31 '몽마르트의 여인' 수잔 발라동(1865~1938) 어머니의 사랑으로 시작해 날것의 삶을 그리다 “저기요, 계십니까! 좀 나와보세요!” 1909년 어느 여름날 밤, 프랑스 파리 근교의 커다란 저택 앞. 대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온 중년 여성은 낯선 청년과 마주쳤습니다. 청년의 옆에는 그녀의 아들이 술에 만취해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아드님 친구인데요, 술을 마시고 너무 취해서 제가 데려왔습니다.” “참, 매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고마워요. 다음에 밥이나 한 번 먹으러 와요.” 어머니와 아들의 친구가 한 번쯤 나눌 법한 평범한 대화. 그런데 둘 사이의 분위기가 왠지 이상했습니다. 그녀가 아들을 부축해 들어간 뒤에도, 청년은 닫힌 대문 앞에서..

베트남 종전 기폭제 ‘네이팜 걸’ 사진, 진짜 누가 찍었나

조선일보  2025. 1. 29. 15:20 1972년 6월 베트남 공군 전투기가 ‘베트콩’ 오인 폭격한 사진 사진 찍은 사이공 지국의 AP 기자는 이후 퓰리처 상과 명예 얻어 1월 25일 美선댄스 영화제서 ‘다른 프리랜서가 찍었다” 다큐 첫 공개 英 인디펜던트,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진” 선정 1972년 6월 8일 베트남 남부의 짱방 마을에, 베트남 공군기들이 네이팜(Napalm)탄을 투하했다. 베트콩들이 이 곳에 숨어 있다고 잘못 알고 폭격했다. 마을에서 불에 탄 옷을 벗고 화상을 입은 나체의 여자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울면서 뛰쳐나왔다. 뒤에는 베트남 군인들이 따랐다. 다음날 이 사진은 전세계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고, 말 그대로 수억 명이 봤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조작된 사진 아니..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7] 오드리 헵번 스타일

조선일보  2025. 1. 26. 23:52  수정 2025.01.27. 00:16 Edith Piaf, ‘La Vie en Rose’(1946)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그의 장녀 이방카가 입은 드레스를 두고 온라인에선 입방아가 한창이다. 이방카는 1954년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위베르 드 지방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재현했다. 검은색 긴 장갑과 스트레토 힐,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착용하면서 헵번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백악관은 “오드리 헵번은 오랫동안 이방카의 개인적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금수저 이방카가 선택한 패션이 소녀 시절에는 나치군에 저항하고 평생을 유니세프와 같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친 헵번의 기억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66] 고종 황제 초상화

조선일보  2025. 1. 21. 00:07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초상화다. 위엄 서린 황룡포가 무색하게 다소곳이 두 손을 모아 잡고 섰다. 1898~1899년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 화가 휘베르트 보스(Hubert Vos·1855~1935)가 직접 황제를 앞에 두고 그린 것이다. 보스는 로마와 파리에서 수학하고, 런던에서 초상화가로 입지를 굳힌 뒤,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참관했다. 시카고에서 그가 눈여겨본 건 아메리카 원주민, 이집트인과 에스키모 등 비서구권의 이국적인 여러 종족을 한데 모아 전시한 ‘인류학’ 부문이었다. 보스는 이토록 다양한 인종이 사라지기 전에 그 모습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길을 떠나 하와이,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중국을 두루 다녔다. 조선에서 왕의 초상이란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6] 미국 대통령 취임식

조선일보  2025. 1. 20. 00:05 Renee Fleming ‘You’ll Never Walk Alone’(2012) 1953년 대통령에 취임한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미국 현지 시각으로 1월 20일 낮 12시는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취임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는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해이기도 한 1789년 조지 위싱턴이 초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이렇게 탄생했다. 대통령제가 큰 혼란 없이 정착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건국의 아버지’ 조지 위싱턴의 공이 적지 않다. 그는 재선 이후 더 욕심부리지 않고 권력을 이양함으로써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을 불문율로 남겨 놓았다. 경제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