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 5340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5] 카터와 포드의 우정

조선일보  2025. 1. 12. 23:54 Bob Dylan ‘Narrow Way’(2012) “나는 남부인이자 미국인이며, 농부, 핵물리학 엔지니어, 아버지이자 남편, 기독교인, 정치인이며 전 주지사이자 해군 장교, 그리고 밥 딜런의 노래와 딜런 토머스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10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1월 9일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전현직 대통령 다섯 명이 그를 떠나보냈다. 지미 카터는 민주당 출신으로 재선에 실패한 유이(唯二)한 대통령이면서 역대 지지율에서는 해리 트루먼과 꼴찌를 다투었을 정도로 인기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퇴임 후에 인권과 평화를 위해 세계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퇴임 이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일한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4] 그린란드

조선일보  2025. 1. 5. 23:50 Pete Seeger, The Greenland Whale Fisheries(1973) 아직 취임도 하기 전인데 새해 벽두부터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 특유의 외교적 블러핑이 시작됐다. 캐나다를 미국 51번째 주로 노골적으로 격하시키는가 하면, 이미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이양한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발언은 일국의 수장으로서 다른 독립국가의 주권을 모독하는 엄청난 외교적 결례다. 그러나 장사꾼의 피가 흐르는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예의와 관례 따위는 아랑곳 않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가 눈독 들이는 또 다른 지역은 북극의 얼음 섬인 덴마크령 그린란드다. 트럼프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3] 세밑 그리고 새해 음식

조선일보  2024. 12. 29. 23:54 Melvin Van Peebles, Hoppin’ John(1971) 한 해의 마지막인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 먹는 밥을 두고 골동반이라고 했다. 골동반은 비빔밥의 한자어이다. 그리고 다음 날 새해 아침엔 떡국을 먹는다. 1849년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서 이를 희다고 백탕(白湯), 혹은 떡을 넣은 탕이라는 뜻으로 병탕(餠湯)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비빔밥으로 한 해를 깔끔히 마무리하고 긴 가래떡처럼 장수하라는 축원을 넣어 떡국을 먹었다. 일본에선 마지막 날 밤 도시코시소바를 먹는다. 도시코시는 해를 넘긴다는 의미고, 소바는 메밀로 만든 국수다.....중국은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교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교자를 의미하는 ‘자오쯔’..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2] 캐럴의 명과 암

조선일보  2024. 12. 22. 23:50 Elvis Presley ‘Blue Christmas’(1957)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세계 각지의 거리에선 ‘캐럴(Carol)’이라고 불리는 음악들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진다. 음악의 장르 용어들이 그러하듯이 캐럴의 정확한 의미와 연원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중세 이후 종교개혁을 거치며 엄숙한 교회음악과 교회 밖의 세속적인 축제음악이 잡종 교배하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 작곡가 월리엄 버드 같은 이들이 캐럴이라 부르는 모테트(다성부 성악의 일종)들을 작곡했는가 하면 작자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민요 성격의 캐럴들이 또한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런 캐럴 음악이 상업적인 차원에서 기폭제가 된 것은 역시 1942년..

제 31회 부산초대사진가회 회원전

국제신문  2024. 12. 21. 15:43 제 31회 부산초대사진가회(회장 김흥모) 회원 사진전이 12월24일부터 12월28일까지 부산시민회관 1,2층 한솔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산초대사진가회는 부산사진대전을 통해 배출된 초대작가들의 모임으로 56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사진가들의 모임이다. 부산초대사진가회는 1990년 창립 후 코로나 등으로 인한 사정으로 2회 사진전을 개최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 매년 회원작품전을 개최한 역사가 31회에 이른다.  국제신문 사진동호회 회장을 역임한 김흥모 부산초대사진가회 회장은 “2024년 갑진년 12월의 끝자락에 창작의 열기를 잠시 내려놓는 여유로움과 아쉬움을 가지며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부산 문화사진 예술의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산사진대전초대작..

옆에서 나란히, 갈기 움켜진 소녀.. 말과 교감 나눈 '동행'이 전한 감동

OSEN  2024. 12. 20. 07:18  말과 사람의 ‘동행’을 주제로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가 시행한 ‘제27회 말 사진 공모전’의 최종 수상작 35점이 발표됐다. 지난 13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제27회 말 사진 공모전 시상식과 함께 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영광의 작품들이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한국마사회 말 사진 공모전은 ‘말’을 소재로 하는 국내 유일의 사진 공모전으로, 1979년 시작되어 올해로 27회 차를 맞이했다. 올해 공모전은 말 복지 증진과 동물복지 인식 확산을 위해 ‘동행’을 주제로 시행됐다. 4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영예의 대상에는 최방원 작가의 '동행'이 선정됐다. '동행'은 여인과 말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유유히 걷고 있는 뒷모습을 담은 흑백사..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61] 떠도는 도시들

조선일보 2024. 12. 16. 23:51 ‘보따리를 싼다’는 말은 하던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떠난다는 뜻이다. 그곳이 어디든 머물던 데서 완전히 떠나려면 아쉽고 서글프다. 어린 시절, 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자주 한 미술가 김수자(1957~)는 보따리를 싸고 푸는 일에 익숙했지만, 여러 번 했다고 해서 떠나는 일이 수월해지는 건 아니다. 1997년, 김수자는 보따리 수백 개를 트럭에 싣고 그 위에 올라타, 유랑하듯 머물다 떠났던 전국 방방곡곡을 11일 동안 달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불을 펼쳐두면 안락한 잠자리가 되지만, 그 이불보에 물건을 챙겨 묶으면 이별을 앞둔 보따리가 됐다. 보따리 안에는 한 사람의 아침에서 밤까지, 탄생에서 죽음까지, 사랑에서 이별까지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수자는 ..

[속보] 한강, 스웨덴 국왕에 노벨문학상 메달·증서 받아

중앙일보  2024. 12. 11. 00:52 “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가 문학상 시상자로 호명됐다. 이날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은 생중계된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문학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았다. 한강이 국왕으로부터 증서와 메달을 받는 순간, 객석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