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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선조 때 ‘사화 트라우마’… 지금은 ‘탄핵 트라우마’

동아일보  2024. 11. 16. 12:02 노파심에 밝히자면, 나는 또 탄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적지 않은 국민이 ‘탄핵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 대표나 비서실장, 장관한테는 대면보고 한번 안 받으면서 사인(私人)의 국정농단을 허용한 전임대통령. 대통령 권력을 남용한 ‘유신 공주’만 파면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절로 복원될 줄 알았다. 아니었다. 후임 대통령 문재인은 우리국민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몰고 갔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대통령 내외가 안드로메다에 살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선뜻 탄핵 소리가 안 나오는 건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다. 설령 윤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했거나 부인이 국정관여를 했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분위기다.   그래서..

[김순덕 칼럼]지금이 용산서 고기 만찬 먹고 박수 칠 시국인가

김순덕 칼럼니스트2024. 9. 25. 23:21 대통령은 王도, 포도대장도 아니다 지지율 20% 尹, 무조건 협조 구할 때 과거 대통령-당 대표들 주례독대 신뢰-문제해결 위해 뭔들 못하랴 1989년 10월 21일 청와대 당정회의. 전날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노태우 대통령이 “방미 성과 홍보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라”며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정권 퇴진 운운하며 악수하는 사진이 신문 톱이고 자신의 미국 의회 연설은 한쪽에 밀린 것을 보니 대통령 할 생각이 없어지더라는 거다. 그러자 노재상(당시 67세) 강영훈 총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각하께서는 외국에서 밤잠 설치며 나라의 영광을 위해 일하시는데 국내가 그 꼴이어서 송구스럽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준규 민정당 대표도..

[김순덕 칼럼]左상민 右동훈, 윤석열 정부 안위를 좌우한다

동아일보  2024. 7. 3. 23:21 ‘윤 대통령 아바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태원 참사 직후 문책 경질했더라면… 국민정서 무시하고 성공한 정권 없다 “국정기조 전환” 신호는 개각이어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는 아니라고 쓴 적이 있다. 술은 입에도 안 대고, 구리구리한 꼰대가 아니며, 말 잘하고 옷도 잘 입어서다. 어쩌면 윤 대통령의 아바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인 듯하다. 한동훈과 함께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그는 첫째, 윤 대통령의 술친구 소리를 듣는다. 둘째, 외모만 은근 비슷한 게 아니다. 이태원 참사 때 압구정동 자택에서 일산 사는 운전기사 기다리느라 85분이나 지체했다. 권위주의적 꼰대가 분명하다. 셋째, 그러고도 참사 다음 날 “경찰과 ..

[김순덕 칼럼]‘검사 위에 여사’ 나라, 부끄럽다

동아일보  2024. 5. 22. 23:21 “내가 권력 잡으면 검찰이 알아서…” 하더니 5공 때 ‘육사 위에 여사’ 같다… 야권 조롱 관저 정치·비선 논란 왜 끊이질 않나 국민 마음 읽는 대통령으로 돌아오시라 특검, 공수처, 검찰의 철저한 수사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가 난무해도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은 평생 검찰청 한 번 안 가보고 산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책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웠다는 주민을 소환한다는 뉴스에 내 첫 느낌은 ‘에고, 겁나겠다’였다. 그런데 다행이다. 21일 조사받은 권성희 씨는 마침 변호사였다. “범죄의 증인이나 증거를 가진 국민은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가 신의 목소..

[김순덕 칼럼]민주주의 석학 임혁백은 왜 ‘이재명의 망나니’가 됐나

동아일보 2024. 2. 28. 23:51 수정 2024. 2. 29. 10:38 이재명 위해 증오발언 공천기준 삭제 총선 실패해도 대선 승리하면 성공 “私人정당화가 한국 정당의 큰 문제” 불명예 공관위원장 자리 물러나시라 ‘문재인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것이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고려대 교수 시절인 2012년 11월 동아일보 ‘동아광장’에 쓴 칼럼 중 한 대목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여당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 대참패일 뿐 아니라 노무현 통치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적 부정이었다고 임혁백은 썼다. 그럼에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 정부 유산 계승을 선거구호로 내세웠고 캠프는 ‘노빠’로 가득하니 선택은 국민 몫이라는 ..

[김순덕의 도발] 이승만, 러시아-공산 전체주의 본질 꿰뚫은 위대한 정치가

동아일보 2024. 2. 24. 10:00 설 연휴 온 식구가 ‘건국전쟁’을 봤다. 극장이 만원이어서 뿔뿔이 떨어져 앉아야 했다. 덕분에 각자 눈치보지 않고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기자인 나는 습관처럼 메모를 했고 젊은 내 딸은 눈물 훔치는 옆 사람을 구경했다고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관객들이 일어나 나오면서 박수를 쳤다. 이쯤 되면 기립박수다. 다큐멘터리와 일반 영화의 차이는 팩트냐 아니냐다. 기사는 사실을 쓰고 소설은 아니다(칼럼은 의견을 쓴다^^). 이승만 칼럼을 쓸 때마다 달리는 댓글이 주로 ‘이승만은 6·25전쟁이 터지자 한강다리를 끊고 도망간 나쁜 대통령’이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피난민을 한강에 빠져 죽게 만들고는 “서울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켜주십시오” 국민 속이는 방송까..

[김순덕 칼럼]이재명의 대통령 같은 신년회견

동아일보 2024. 1. 31. 23:51수정 2024. 1. 31. 23:54 윤 대통령이 한사코 피하는 기자회견 야당 대표는 당당히 임하는 태도 눈길 ‘개딸’ 팬클럽 믿고 극단적 발언 누가 했나 법카로 고기 먹고 혈세로 대학무상교육?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다”며 모두 발언을 시작할 때는 여유가 넘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이후 작년에도, 올해도 신년회견을 마다하는 상황이다. 기자들을 한사코 피하는 윤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오히려 이재명이 대통령 같은 모습이었다. 질문도 보드랍고 공순했다. 작년 신년회견 때 11개 질문 중 6개나 됐던 ‘사법 리스크’ 관련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김순덕의 도발]30년 전 ‘신세대’였던 그대에게, 안녕들 하신거죠?

동아일보 2023. 12. 30. 10:00 ‘신세대 30주년 기념 도발’을 세 줄로 줄이면 이렇다. ① 신세대는 모든 청춘의 공통점 말고도 특이점이 있었다. ② 잘 자란 신세대가 한동훈이라면 퇴행적 그룹은 한총련이다. ③ 주류가 되지 못했다는 신세대, 이제 다시 뛴다. 일할 땐 “프로”…삶은 “즐겁게”. 30년 전인 1993년 4월 동아일보 창간 73돌 기획으로 열 달간 연재했던 ‘신세대’ 시리즈 첫 회 제목이다. 좀 유치한가(맞다. 내가 썼다ㅠㅠ). 젊은 날 한껏 모양을 내고 찍었던 빛바랜 앨범 사진을 들춰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아일보답지 않게 톡톡 튄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73년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젊은 날 서태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