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김순덕칼럼 315

[김순덕의 도발]30년 전 ‘신세대’였던 그대에게, 안녕들 하신거죠?

동아일보 2023. 12. 30. 10:00 ‘신세대 30주년 기념 도발’을 세 줄로 줄이면 이렇다. ① 신세대는 모든 청춘의 공통점 말고도 특이점이 있었다. ② 잘 자란 신세대가 한동훈이라면 퇴행적 그룹은 한총련이다. ③ 주류가 되지 못했다는 신세대, 이제 다시 뛴다. 일할 땐 “프로”…삶은 “즐겁게”. 30년 전인 1993년 4월 동아일보 창간 73돌 기획으로 열 달간 연재했던 ‘신세대’ 시리즈 첫 회 제목이다. 좀 유치한가(맞다. 내가 썼다ㅠㅠ). 젊은 날 한껏 모양을 내고 찍었던 빛바랜 앨범 사진을 들춰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아일보답지 않게 톡톡 튄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73년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젊은 날 서태지와..

[김순덕의 도발] 황제의 아킬레스건은 아내였다

동아일보 2023. 12. 16. 10:02 영화 ‘서울의 봄’에 가려졌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나폴레옹’도 퍽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영화다......“영화가 다큐멘터리냐?” 일갈했다는 감독은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게 막강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인물이, 어떻게 아킬레스건을 가질 수 있을까. 나폴레옹에게 아킬레스건은 한 여자였다. 그래서 나는 핵심을 파고들었던 거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관계라는.” “위대해지고 싶겠지. 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아냐, 나 없이는. 말해봐(You want to be great. You are nothing without me. Say it).” 유럽 인구 절반을 다스린 제국의 황제가 나폴레옹이다. 그런 위대한 남자를 손끝으로 가지고..

[김순덕의 도발]영화 ‘서울의 봄’이 묻는다…“그게 국회냐?”

동아일보 2023. 12. 2. 10:00 혈압 올라가기 딱 좋다는 영화 ‘서울의 봄’을 나도 보았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의 그날,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역할로 나온 정우성(극중 이태신)이 반란군 진압 출동을 막는 부하에게 “방패막이면 어때!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눈을 부릅뜨는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기자에게 가장 심한 욕은 “네가 기자냐?”다. 일부 네티즌이 함부로 쓰는 ‘기레기’ 같은 비속어는 기자 세계를 모르는 이들이 하는 소리니 못 들은 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배한테, 동료한테 “네가 기자냐?” 소리를 들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그래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거나 개과천선 시킬 각오가 없..

[김순덕 칼럼]제7공화국 노리는 이재명-한총련의 더 무서운 혁신

동아일보 2023. 11. 22. 23:51 공식조직 아닌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이재명 통해 진보세력 집권 목표” 97년 한총련 의장 출신 강위원 밝혀 당대표가 비민주적 친위대 ‘도구’ 돼서야 마침내 국민의힘 혁신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모양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표현대로라면 ‘나라님’ 목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22일 “많은 분들이 왜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며 “일반 당원이라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호나 6호 혁신안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당이 이제라도 건강한 당정 관계 혁신안을 내놓겠다니 다행이다. 이에 비하면 대통령도, 나라님도 없는 야당이 ‘숨 막힐 상황’이라는 건 분명 비정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김순덕의 도발]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은 다 그렇다고?

동아일보 2023. 10. 28. 10:00 사법정상화를 시킬 수 있는 정통 법관이라고 했다. 그들은 공직자 재산등록 누락이나 세금 탈루 같은, 민간인에게 예민한 문제엔 관심도 없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알겠다. 윤석열 정부에서 왜 국민 억장 무너지게 만드는 인사가 자꾸 이어지는지. ‘그들 눈높이’에선 그런 게 문제로 안 뵈는 거다. 왜 재산신고 누락, 부동산 보유, 증여세, 이해충돌, ‘부모 찬스’ 문제가 장관 후보자들한테서 계속 나오느냐는 야당 질의에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쓸 때는 대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돼 있다”고. 그러나 평범한 국민들은 그렇게 간이 크지 않다. 한동훈 발언은 정직하게 세금 내며 살아온,..

[김순덕의 도발]‘대통령 심판’했던 보선, 대통령실 문책은 왜 없나

동아일보 2023. 10. 21. 10:00 동아일보 19일 자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4역과 오찬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는 사진이 실렸다. 햇살이 눈 부셨는지 윤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시커먼 양복을 입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 서열대로 뒤를 따르는 맥락 없는 모습이었다. 기사 제목은 ‘윤 “저와 내각 반성하겠다…국민은 늘 무조건 옳아, 민생 챙길 것”’이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침통하다…우리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 콱 막힌 울분이 압력솥 증기처럼 뿜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은 늘 그렇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고, 손짓을 하거나 말을 하는 대장 같은 모습이었다(식탁 앞에 다들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은 단 한 장의 사진 역시 대통령이 말하는 장면..

[김순덕 칼럼]‘대통령 리스크’, 국힘은 말 못하는 선거 후유증

동아일보 2023. 10. 12. 00:22 정권 심판론 대 巨野 심판론 맞붙은 이상하고 유별난 강서구청장 보선 총선 승패는 대통령 지지율 따라 출렁 지금처럼 지지층만 보다간 민심 놓칠 것 차라리 선거에 지는 게 낫다는 말은 대놓고 할 소리는 못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수박’으로 찍히기 딱 좋다. 국민의힘 같으면 ‘내부 총질하는 자’로 걸릴 수 있는 불온한 발언이다. 그런 말이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은밀히, 그러나 끈덕지게 나왔다. 물론 표면적으론 윤석열 정권 심판론 대 이재명 거야(巨野) 심판론, 막판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 심판론까지 맞붙은 선거였다. 말 잘하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김태우인가, 사실상 윤석열인가” 외쳤다. 대통..

[김순덕 칼럼]누가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가

동아일보 2023. 8. 30. 23:51 해병대사령관 “안보실 2차장과 통화” 대통령실은 일제히 수사외압설 부인 이 땅의 여자들은 군인이 애인이다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은 철통같은가 ‘당신들은 모르실 거예요/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은/누구나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갖는답니다’. 시인 문정희는 ‘군인을 위한 노래’에서 이렇게 썼다. 소녀 때는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쓰고 처녀 때는 군대로 면회를 가고 어느 중년의 오후 군복 벗은 그를 우연히 만나 속으로 조금 울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 아들” 하면서 아들을 애인처럼 여기는 군화모(군인 아들을 둔 부모님 카페) 회원들은 요즘 아들이 무탈하게 제대할 수 있을지 끌탕을 한다.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석관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을 하던 스무 살짜리 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