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10. 21. 10:00
동아일보 19일 자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4역과 오찬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는 사진이 실렸다. 햇살이 눈 부셨는지 윤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시커먼 양복을 입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 서열대로 뒤를 따르는 맥락 없는 모습이었다. 기사 제목은 ‘윤 “저와 내각 반성하겠다…국민은 늘 무조건 옳아, 민생 챙길 것”’이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침통하다…우리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 콱 막힌 울분이 압력솥 증기처럼 뿜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은 늘 그렇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고, 손짓을 하거나 말을 하는 대장 같은 모습이었다(식탁 앞에 다들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은 단 한 장의 사진 역시 대통령이 말하는 장면이다). 전임 정권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모진과 와이셔츠 바람으로 상큼발랄하게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던 사진이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라 괴롭고 슬펐다. 아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실’ 수준이란 말인가.
대통령의 참모학으로 유명한 ‘럼즈펠드 법칙’ 중 첫 번째가 “대통령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날카롭게 짖어댈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미국 최연소 국방장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이름난 도널드 럼즈펠드(1932~2021)가 정리한 것인데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 싶을 만큼 자유롭게 말할 용기가 없다면, 비서실장 자리를 맡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의 비극적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윤 대통령 자신이 화를 버럭 내든 말든 할 말은 할 수 있는 사람을 비서실장 자리에 앉혀놔야만 대통령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곁에 두기 부담스럽지 않은 관료 출신 김대기를 비서실장으로 택했다는 게 정설이다.
국힘당 혁신보다 시급한 건 용산 혁신이었다. 이번 보선은 윤 대통령 심판이고, 윤 대통령을 바꿀 수 없으니 대통령실이라도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선거에서 교훈을 ‘찾는다’고? 신문을 일별만 해도 단박에 안다. 윤 대통령이 변하라는 것이다. 민생 현장을 파고든다고? 당장 가시적 조치부터 하시라. 이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아니 죽어도, 비서실이 문 정권보다 못하단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나 말이다.
https://v.daum.net/v/20231021100023605
[김순덕의 도발]‘대통령 심판’했던 보선, 대통령실 문책은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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