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7>구름에 대하여 구름에 대하여 ―엄원태(1955∼) 이 가을엔 구름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구름에 대해서라면 누가 이미 그 불운한 가계의 내력과 독특한 취향까지 세세히 기록한 바 있고 심지어 선물상자라며 하늘수박을 제멋대로 담아본 이도 있다지만, 구름은 뭣보다도 오리무중에 암중모색이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14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6>삼 분 전의 잠 삼 분 전의 잠 ―이장욱(1968∼) 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모래들 내 잠 속에 쌓이고 있었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잠을 추억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잠을 추억하는 자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11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9>바람 바람 ―다카하시 아유무(1972∼) 나와 사야카 그리고 바테루텐(홈스테이 집의 아들) 세 사람이 양을 몰고 초원을 한없이 걸었다. 나는 하모니카로 밥 딜런의 ‘바람의 소리’를 불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바테루텐이 내 손에서 하모니카를 뺏는다. “하모니카 불 줄 알아?”라고 묻자, 그는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09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7>탱자는, 탱자가 아닙니다 탱자는, 탱자가 아닙니다 ―장옥관(1955∼) 탱자는, 탱자가 아닙니다 탱자처럼 올라붙은 불알 가진 수캐가 아닙니다 꽃핀 암캐 항문이나 쫓는 수캐가 아닙니다 갓 피어난 채송화 꽃밭 휘저으며 나비를 쫓다가도 눈동자에 뭉게구름을 담아냈지요 비록 늘 굶주렸지만, 이웃의 후한 대접에는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06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6>환상의 빛 환상의 빛 ―강성은 (1973∼)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04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4>가족의 힘 가족의 힘 ―류근(1966∼)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 걸 안다는 듯 등 두들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2.03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3>파리 파리 ―장석주(1955∼) 비굴했다, 평생을 손발 빌며 살았다. 빌어서 삶을 구하느라 지문이 다 닳았다.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남루! 벽에 앉아 앞발을 싹싹 비비고 있는 파리. 발바닥에 들러붙은 이물을 비벼서 터는 중이시다. 파리는 발바닥으로 냄새와 맛을 느낀다. 그래서 발바닥을 말끔..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30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5>그저 그런 그저 그런 ―백상웅(1980∼) 가방이 뜯어졌다. 속에 든 모든 게 쏟아졌다. 언제 집어넣었는지도 잊은 영수증, 책, 동전, 너무나도 익숙한 흔들림이나 덜컹거림까지도 쏟아졌다. 게을러서 여태 내가 기대고 살았다. 장대비에 젖고 눈발에 얼고 한 날은 햇볕도 쬐고 하면서, 가방은 울상이었..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