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3>슬픈 로오라 슬픈 로오라 ―이문재(1959∼) 길을 바다의 끝까지 데려다 주고 교실로 들어선다 오전에 읽던 죽은 사람들의 책은 아직 열려 있고 칸나는 한 발짝도 여름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봉화촌의 아이들 산에서 멀거니 아버지를 잃어버리는 아이들 오늘은 굿당이 조용하고 수평선은 일전의 자..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7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2>단 하루라도 좋으니 단 하루라도 좋으니 ―박영희 (1962∼) 단 하루라도 좋으니 형광등 끄고 잠들어봤으면 누군가와 밤이 새도록 이야기 한 번 나눠봤으면 철창에 조각난 달이 아닌 온달 한 번 보았으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따뜻한 방에서 한숨 푹 자봤으면 탄불 지핀 아랫목에서 삼십 분만 누워봤으면 욕탕에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5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0>외계(外界) 외계(外界) ―김경주(1976∼)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24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7>꽃싸움 꽃싸움 ―김요일(1965∼) 달빛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당신을 안고 붉은 밤을 건너면, 곱디곱다는 화전(花田)엘 갈 수 있나요? 화전(花田)엘 가면 노랗고 파란 꽃그늘 아래 누워 지독히도 달콤한 암내 맡으며 능청스레 꽃싸움할 수 있겠지요? 당신은 새벽 별보다 찬란하게 웃고 나는 밤새 문..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19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5>동해남부선 동해남부선 ―백무산(1955∼) 바닷가가 보이는 작은 역에 기차는 서네 이제 막 다다른 봄볕을 부려놓고 동해남부선은 남으로 길게 떠나는데 방금 내 생각을 스친, 지난날의 한 아이가 바로 그 아이가, 거짓말처럼 차에서 내려 내 차창을 지나가고 있네 아이를 둘씩이나 걸리고 한 아이는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18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1>기차표 운동화 기차표 운동화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17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9>보름 보름 ―장승리(1974∼) 설익은 감이 옥상 계단 위로 떨어진다 쿵, 쿵쿵 누가 누굴 때리는 소리 같다 자고 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동시에 짖어댄다 썩은 과즙이 누렇게 변색된 감 주위를 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일까 저 달은 썩는 순간부터 눈부셔지는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16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6>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문성해(1963∼ ) 이 시절에는요 여자들이 시렁 위에 얹힌 작지만 앙칼진 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데요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쳐도 암말 못하는 건 지천에 내걸린 풋것들을 오살지게 베어다 서방과 새끼들을 거두기 때문인데요 이 시절에..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