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4. 2. 24. 10:00
설 연휴 온 식구가 ‘건국전쟁’을 봤다. 극장이 만원이어서 뿔뿔이 떨어져 앉아야 했다. 덕분에 각자 눈치보지 않고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기자인 나는 습관처럼 메모를 했고 젊은 내 딸은 눈물 훔치는 옆 사람을 구경했다고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관객들이 일어나 나오면서 박수를 쳤다. 이쯤 되면 기립박수다.
다큐멘터리와 일반 영화의 차이는 팩트냐 아니냐다. 기사는 사실을 쓰고 소설은 아니다(칼럼은 의견을 쓴다^^). 이승만 칼럼을 쓸 때마다 달리는 댓글이 주로 ‘이승만은 6·25전쟁이 터지자 한강다리를 끊고 도망간 나쁜 대통령’이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피난민을 한강에 빠져 죽게 만들고는 “서울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켜주십시오” 국민 속이는 방송까지 했다는 건데 김덕영 감독은 그게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그래서 고맙다. 이제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을 한껏 존경해도 되는 것이다.
지금 이승만을 다시 보는 이유는 그가 러시아, 그리고 공산전체주의의 본질을 누구보다 앞서 꿰뚫어본 위대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윈스턴 처칠이 ‘철의 장막’을 말한 것이 1946년이었다. 이승만은 1904년 29세 나이에 감옥에서 쓴 ‘독립정신’에서 러시아 전제정치의 본질을 알렸다. 꼭 120년 전이다. 러일전쟁이 터진 1904년 2월부터 넉 달 간 쓴 이 책에서 그는 ‘옛날부터 아라사 사람들의 정치적 목표는 오로지 남의 땅 빼앗는 것’이고 ‘전제정치로 강국이 된 나라’라고 갈파했다.
1917년 소련공산당 정부가 들어서자 이승만의 반러감정은 반공사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승만은 공산주의를 ‘원래 자유롭게 되기를 원하는 인간의 본성을 거역해가며 국민을 지배하려는 사상체계’로 간주했고 공산주의 이념을 따르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장담했다(홍용표 2007년 논문 ‘현실주의 시각에서 본 이승만의 반공노선’).
●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다행히도 우리는 ‘한국적 민주주의’ 망령에서 벗어났다. 우리끼리는 “이게 나라냐” 또 “이건 나라냐” 불만을 터뜨려도, 야당이 ‘검찰독재’라고 목청을 높여도, 대한민국은 세계인구의 7.8%만 경험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속에 사는 나라다. 민주주의 맹주국이어야 할 미국도 완전치 못하다(결함민주).
북한은 권위주의 체제라는 말도 아깝고 안타깝다. 165등. 꼴찌에서 세 번째다. 우리에게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전체주의 독재국가 북조선처럼 됐을 공산이 무섭게 크다(‘눈 떠보니 북한’이라고 상상해보셔요. 얼마나 끔찍한지). 그것만으로도 위대한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추앙할 이유는 충분하다.
https://v.daum.net/v/20240224100020893
[김순덕의 도발] 이승만, 러시아-공산 전체주의 본질 꿰뚫은 위대한 정치가
대한민국은 세계인구의 7.8%만 경험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속에 사는 나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기관 EIU가 15일 발표한 ‘2023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 나온다. 167개국을 완전한 민주주의(8점 이상),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6점 이상), 혼합 체제(4점 이상), 권위주의 체제(4점 이하)로 분류했는데 한국은 22등이지만 아시아에선 5개국 밖에 없는 완전민주다(뉴질랜드, 대만, 호주, 일본, 다음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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