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407] 효율성에 대하여

바람아님 2025. 5. 24. 00:53

조선일보  2025. 5. 24. 00:29

처음 로봇 청소기를 샀을 때, 청소 걱정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외출 전 작동시키면 충전까지 알아서 하니 시간 효율의 혁신 같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점점 청소기를 손수 돌리는 시간이 늘었다.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먼지를 빨아들이고 깨끗해지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 시원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의 취미는 설거지인데, 더러운 그릇을 닦을 때마다 업무로 복잡했던 어수선한 마음이 말끔해지기 때문이란다. 그가 설거지를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부른 이유다.

효율적 삶의 가장 큰 부작용은 현재를 미래의 목표를 위한 단계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사립초, 국제중, 특목고 진학이 명문대를 위한 것으로 압축되고, 명문대 입학이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의미가 한정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시절에 누려야 할 다양한 감정과 경험이 오직 입시와 취업이라는 목표로 귀결된다면 삶은 어떻게 변할까. 오직 한 가지 식물만 있는 정원처럼 얇고 빈약해질 것이다.

인생은 킬러 문항투성이다. 그러나 입시처럼 효율적인 일타 강사는 우리 삶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관성적 효율이 아닌, 내 보폭과 속도를 아는 것,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이다. 풍경의 각별함은 각자의 속도가 만든다.


https://v.daum.net/v/20250524002904464
[백영옥의 말과 글] [407] 효율성에 대하여

 

[백영옥의 말과 글] [407] 효율성에 대하여

처음 로봇 청소기를 샀을 때, 청소 걱정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외출 전 작동시키면 충전까지 알아서 하니 시간 효율의 혁신 같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점점 청소기를 손수 돌리는 시간이 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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