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403] 꽃과 잎새

바람아님 2025. 4. 26. 06:01

조선일보  2025. 4. 26. 00:34

벚꽃이 비처럼 내리던 날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프러포즈하는 연인을 보았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각자의 연인이 있는 두 남녀가 붐비는 뉴욕의 백화점에서 딱 하나 남은 장갑을 동시에 잡은 채, 한눈에 반해 서로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 반나절을 함께 보낸 후, 끌림과 죄책감 사이에서 여자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낸다. 그녀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후 남자에게 책을 헌책방에 팔겠다고 말한다. 책이 돌고 돌아 당신에게 오면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세렌디피티’는 우연한 발견이나 행운을 뜻한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각자의 연인과 헤어진다. 남자는 이후 7년이나 책을 찾아 헤매는데 엉뚱하게 이 책을 누군가에게 우연히 선물받는다. “우리가 함께 책방에 갈 때마다 당신이 이 책을 찾는 걸 봤어!”라는 말과 함께. 문제는 선물을 건넨 사람이 남자의 약혼녀라는 사실이다. 남자는 운명을 다시 찾기로 결심하며 일이 꼬인다.

이 문제의 책은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다....천신만고 끝에 그는 그녀를 만나는데 그것은 페르미나의 남편 장례식장에서였다. 그는 마침내 그녀에게 오랜 마음을 고백한다. 무려 51년 9개월 4일 만이었다....운명적 사랑을 믿는다는 말은 허황된 걸까. 처음 남자에게 그 여자는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연을 우연으로 놔두지 않고 7년이나 책방을 뒤졌고, 그런 행동이 결국 이 책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수없는 엇갈림 속에 서로를 찾아내는 기적은 그들 자신이 만든 것이다. 

 벚꽃 아래에서 맺어지는 연인을 보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부디 기억해야 할 건 꽃으로 사는 시간은 짧다는 것. ‘꽃’이 진 후, ‘잎’으로 사는 시간이 진짜 인생이다.


https://v.daum.net/v/20250426003407209
[백영옥의 말과 글] [403] 꽃과 잎새

 

[백영옥의 말과 글] [403] 꽃과 잎새

벚꽃이 비처럼 내리던 날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프러포즈하는 연인을 보았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각자의 연인이 있는 두 남녀가 붐비는 뉴욕의 백화점에서 딱 하나 남은 장갑을 동

v.daum.net

 

세렌디피티
Serendipity, 2002
개요  미국로맨스/멜로 외90분12세이상 관람가
개봉  2002.04.19.
감독  피터 첼섬
출연  존 쿠삭, 케이트 베킨세일, 몰리 샤논, 제레미 피번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역자     송병선
출판          민음사  |  2004.2.5.
페이지수   286 | 사이즈    130*224mm
판매가       서적 10,800원    e북 7,56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