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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402] 이명이 찾아왔을 때

바람아님 2025. 4. 19. 01:23

조선일보  2025. 4. 18. 23:50

이명(耳鳴) 때문에 청력을 검사했다. 청력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더니, 의사가 백색 소음이 수면에 도움이 될 거라며 몇 가지 소리를 추천했다....활동하는 낮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다가, 자려고 누우면 선명해지는 이명은 높낮이와 볼륨을 달리하며 나를 괴롭혔다. 추천받은 빗소리·비행기 소음, 극저음 싱잉볼 등 다양한 백색 소음을 들었다.

실제 눈을 감고 누우면 2만피트 상공의 밤하늘을 날거나, 오리엔탈 특급열차에 올라탄 기분이 들었다. 이코노미 중간석이 아닌, 일등석에 앉아 풍경을 보는 것 같은 안락함은 덤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와 매미 소리를 틀고 잔 어느 밤에는 잊혔던 어린 기억이 떠올라 배시시 웃었다.

의사는 이명에 가장 안 좋은 게 너무 조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란스러운 카페에서 쓴 원고가 몇 권의 책이 됐던 일을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명과 비문증이 생긴 후, 나는 더 이상 조용하지 않고 또렷하지 않은 세상에 적응 중이다. 다만 시끄럽고 흐릿하니 나에 대한 악담은 덜 들리고, 남에 관한 허물은 덜 보이길 기도한다. ‘적응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결국 사라짐이 아닌, 받아들임과 익숙함에 관한 이야기다.


https://v.daum.net/v/20250418235017392
[백영옥의 말과 글] [402] 이명이 찾아왔을 때

 

[백영옥의 말과 글] [402] 이명이 찾아왔을 때

이명(耳鳴) 때문에 청력을 검사했다. 청력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더니, 의사가 백색 소음이 수면에 도움이 될 거라며 몇 가지 소리를 추천했다. 그는 사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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