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84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5]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

조선일보  2024. 6. 9. 23:54 The Alan Parson’s Project ‘The Voice’(1977) 지난 6월 5일, 인공지능(AI) 칩을 앞세워 세계 경제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엔비디아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시가총액 3조달러에 진입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2023년 3월에 던진 메시지는 ‘미래에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이 될 것’이라는 간결한 문장이었다....사람을 똑 닮은 이 로봇들은 엔비디아가 그리는 Al 사업의 종착지다. 우리는 이미 30여 년 전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 연작을 통해 인류를 파괴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로봇의 미래를 보았다. 그보다 더 휠씬 전인 1977년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4] 노래 속 트럼프

조선일보  2024. 6. 3. 00:01 YG & Nipsey Hussle ‘FDT’(2016)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평결 하루 만에 700억원이 넘는 기록적인 후원금이 모금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온라인 모금액이 800억원이었는데 이에 거의 근접하는 액수가 24시간 만에 모금된 것이다. 놀라운 지지자 결집 현상이다. 미국 팝의 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만큼 노래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대통령은 거의 없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도 비판적인 뮤지션들의 노랫말에 꽤 등장하긴 했지만 트럼프는 200곡이 넘는 노래의 주인공(거의 대부분은 악역이다)이 되었다. 수많은 트럼프 노래들 중 서부의 갱스터 래퍼 YG와 닙시 허슬이 발표한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3] 코리안 드림

조선일보  2024. 5. 26. 23:54 Kanye West ‘Who Will Survive in America’(2010)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최근 한국 파견 근로자 선발 1차 시험 전국 응시자 수가 약 4만5000명으로 경쟁률은 거의 3:1에 달한다고 한다. 웬만한 국가고시 수준의 열기를 보여주는 것은 한국 이주 노동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이라고 불러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이민자, 혹은 이주노동자들은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미지의 땅에 도착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19세기 이후 이러한 꿈의 집약체를 대변하는 이름이다....하지만 많은 학자가 지적하듯이 하류층 미국 시민이 아메리칸 드림으로 사회적으..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1] 불교의 가르침

조선일보  2024. 5. 12. 23:54 Leonard Cohen ‘Anthem’(1992) 많은 오해와 논쟁이 있었지만, 불교는 엄연히 종교다. 다만 신(神)이 아니라 법(法)을 따를 뿐이다. 나 자신에 대한 모든 집착을 해체함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아 세운다는 그 법은 서구의 지식인·예술가들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수용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일본 선종에 심취했으며 불교 관련 영화에도 출연한 리처드 기어나 스티븐 시걸은 티베트 불교의 수행자다. 캐나다가 낳은 위대한 음유 시인 레너드 코언은 어린 시절부터 유대교 회당에서 공부한 리투아니아계 유대인이다. 그는 그냥 하는 말로 음유시인이 아니라 뮤지션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등단한 시인이자 소설가였고, 성경적 상상력에 의거한 많은 아름다운 가사를 썼다...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0] 천조국(千兆國)

조선일보  2024. 5. 6. 00:11 Black Sabbath (1970)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또한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2027년 내로 대만을 무력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중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을 극복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현재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힘이 압도적인 군사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미국의 이 압도적인 힘을 가장 잘 요약하는 신조어가 바로 ‘천조국(千兆國)’이라는 말이다. 어느 밀리터리 마니아가 쓰기 시작한 이 말은 한 해 국방 예산이 우리 돈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에 빗대서 만들었다.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09] 인도의 약진

조선일보  2024. 4. 29. 00:01 A.R. Rahman (2008) 인도의 뭄바이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2008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트로피 8개를 휩쓸었다. 이 영화는 95년 아카데미 역사상 남녀 주조연상 부문에 단 한 명도 후보를 올리지 못했으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여섯 번째 영화다. 인도는 ‘발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국 영화 시장을 가진 나라지만 인도 영화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인해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또한 원작 소설은 인도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의 것이지만 연출은 영국인 감독 대니 보일이 맡은 영국 제작 영화다. 팝 음악사에서 인도가 등장하는 순간은 사..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08] 작고 작은 이 세상

조선일보 2024. 4. 22. 03:03 ‘It’s a Small World’(1964) 지구상의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노래는 어떤 것일까? 장르를 불문하고 본다면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Stille Nacht, Heillige Nacht’일 것이다.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번역된 이 노래는 오스트리아 오르가니스트이자 합창단 감독인 프란츠 자비어 그루버가 작곡했다. 백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이 노래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노래들 중 많은 국가 및 민족들이 공유하는 곡을 꼽으라면 생일 축하 노래로 정착한 ‘Happy Birthday to you’와 셔먼 형제가 작곡한 ‘It’s a Small World’가 될..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06] AI가 만든 음악

조선일보 2024. 4. 8. 03:00 Benoit Carré (2016) 1997년 IBM의 수퍼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다. 그리고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당시 세계 챔피언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다섯 판 중 네 판을 압도하며 승리했다. 이 세기의 대결을 두고 바둑과 컴퓨터 전문가 대부분이 이세돌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인간계’의 최고수는 고작 1승을 따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 1승은 공식 대국에서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따낸 유일한 승리로 남는다. 인공지능이 이세돌 9단을 무너뜨렸던 바로 그 해에 소니의 CSL 연구소에서 개발한 플로 머신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이 곡을 포함한 인공지능 작곡 팝음악 두 곡을 세상에 선보인다. 이 노래의 작사와 편곡은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