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84

열일한 당신 떠나라, 작곡가 로시니 37세에 펜 놓은 이유

중앙SUNDAY 2023. 12. 2. 00:09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누구나 언젠가는 은퇴를 한다.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것은 인기의 절정에서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성공은 없으니까. 그러나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유독 작곡가들에게는 은퇴가 없다. 육체는 쇠약해져도 창작욕은 줄어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는다. 유독 이들에게 미완성 작품이나 유작이 많은 이유이다. 그래서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조아키노 로시니가 37세의 나이를 끝으로 오페라 작곡을 그만둔 것은 당시 모든 사람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는 여전히 너무 젊었고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8] 가장 위대한 쇼

조선일보 2023. 11. 27. 03:03 Jassmi/Almas/Karaa ‘This is Our Time’(2020) 28일이면 2030년 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결정된다. 대통령부터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 그리고 한류 스타들까지 발벗고 나서서 빈 살만이 진두지휘하는 중동의 오일 머니 파워에 맞서고 있다.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3대 이벤트로 꼽히는 산업혁명의 꽃이다. 올핌픽보다 거의 반세기나 앞서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의외로 시작이 초라했던 올림픽과 월드컵과는 다르게 엑스포는 시작부터 폭발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초기 올림픽 중 몇몇이 엑스포의 부대 행사처럼 치러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선진적인 과학기술의 산물들이 총출동하는 엑스포는 스포츠 행사들보다 직접적으로 자국..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6] 마약 중독

조선일보 2023. 11. 13. 03:00 Ed Sheeran ‘The A Team’(2011) 2010년대 이후 영국의 국민 가수로 부상하게 되는 에드 시런의 이 출세작은 마약에 찌들어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거리의 여인에 대한 노래다. 더듬는 말투와 특이한 머리카락 색 때문에 어려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곤 했던 소년은 고작 스물 여섯 살 나이에 대영제국 훈장(MBE)을 받았다. 마약 중독에 대한 팝 음악의 역사는 유구하다. 그리고 동시에, 셀 수도 없는 레전드 뮤지션들이 마약중독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리고 얼마전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십년간 방영되었던 미국 TV 시트콤의 영원한 고전 에서 챈들러 빙 역을 맡았던 배우 매슈 페리가 자기 집 욕조에서 그리 길지 않은 삶을 마감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46> ‘자강두천’의 마지막 하모니. 비틀즈 ‘Now And Then’

국제신문 2023. 11. 7. 03:03 다행이다. 비틀즈 팬이라서…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드물게 만난다. 그런 순간은 힘이 ‘쎄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살아가게 한다. 2023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비틀즈의 신곡이자 마지막 노래 ‘Now And Then’이 공개되었다. 전 세계의 비틀즈 팬들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태어나길 잘했다. ‘자강두천’이란 말이 있다. 사자성어 같지만 ‘자존심 강한 두 천재’를 뜻하는 신조어다. 잘 알려진 예로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 있다. 자존심이 강한 두 천재가 한자리에 있으면 보통 큰일이 생긴다. 엄청난 시너지가 폭발하거나 또는 파국이다. 음악 파트너이자 오랜 친구였던 두 사람은, 둘 다 겪는다. 가장 주목받고 사랑받던 시절..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5] 세상을 지배하는 손

조선일보 2023. 11. 6. 03:02 Glen Campbell & Steve Wariner ‘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1987) 미국 컨트리계의 빅스타 글렌 캠벨과 기타리스트 스티브 워리너에 의해 이 노래가 발표된 지 5년 후 이 노래와 같은 제목의 영화가 커티스 핸슨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임산부에게 성추행을 일삼다가 주인공 부부의 신고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자살해 버린 산부인과 의사의 아내가 주인공 부부의 보모로 취업해 비뚤어진 복수를 하려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리베카 드 모네이의 서늘한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섬뜩한 스토리의 영화와는 달리 이 노래는 모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이 세상 엄마들에 바치는 따스하고 감미로운 찬가다. https://v.daum.n..

‘문학 광’ 슈만, 조울증 견디며 예술적 상상력 꽃피워

중앙SUNDAY 2023. 11. 4. 00:01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위대한 예술가는 영혼의 노래를 듣는다고 한다. 과장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남들과 똑같은 소리를 들어서는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을 테니까. 예술의 역사를 보면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을 강하게 지향하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낭만주의 시대이다. 이 시대의 예술은 현실 세계를 초월한 동화같이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고, 낯설고 경이로운 정서가 넘쳐난다. 낭만주의를 말하는 로맨티시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중세 기사문학 로망스에서 유래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운동을 주도한 것은 괴테와 실러로 대표되는 19세기 독일 문학이다.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영감은 대부분 이러한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4] 무고한 민간인

조선일보 2023. 10. 30. 03:02 Beastie Boys ‘In a world gone mad’(200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사실상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되었음을 천명했다. 유엔을 비롯한 서방과 아랍 진영 모두가 입을 모은 만류는 이제 휴지가 되었다. 그는 이번 전쟁을 야만과의 전쟁이라고 힘주어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두 번째 독립전쟁이라고 못 박았다. 네타냐후를 정점으로 하는 이스라엘 강경파 세력은 1998년 제정된 로마 규정, 즉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나 적대 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전쟁범죄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무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나 하마스나 ‘무고한 민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라크 전쟁을 규탄한 하드코어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83] 핼러윈

조선일보 2023. 10. 23. 03:05 Michael Jackson ‘Thriller’(1982) 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된 마이클 잭슨의 1982년 앨범 타이틀과 같은 이 노래는 ‘Billie Jean’이나 ‘Beat It’만큼 히트하진 못했다. 하지만 영화감독 존 랜디스가 연출을 맡아 무려 80만달러 제작비를 쏟아부은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 역사의 신기원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핼러윈 축제의 단골 레퍼토리로, 오바마 부부가 백악관 핼러윈 파티에서 손님들과 함께 이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 적이 있을 정도다. ‘핼러윈(Halloween)’의 ‘hallow’란 고대 영어로 성인(saint)을 뜻하며, ‘이브(eve)’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직역하면 ‘모든 성인의 대축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