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3. 11. 4. 00:01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위대한 예술가는 영혼의 노래를 듣는다고 한다. 과장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남들과 똑같은 소리를 들어서는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을 테니까. 예술의 역사를 보면 평범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을 강하게 지향하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낭만주의 시대이다. 이 시대의 예술은 현실 세계를 초월한 동화같이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고, 낯설고 경이로운 정서가 넘쳐난다. 낭만주의를 말하는 로맨티시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중세 기사문학 로망스에서 유래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운동을 주도한 것은 괴테와 실러로 대표되는 19세기 독일 문학이다.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영감은 대부분 이러한 문학작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낭만주의 음악가 가운데 문학에 대한 애정이 유독 각별했던 사람이 로베르트 슈만이다. 슈만이 어려서부터 문학 소년이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슈만의 아버지는 서점을 운영하며 살았지만 가게는 뒷전이고 서재에 파묻혀서 소설을 쓰는 일에 몰두할 정도로 문학 광이었다. 그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했던 슈만은 괴이한 공상이나 무시무시한 기담을 펼쳤던 루트비히 티크, 장 파울, 호프만 같은 낭만주의 작가들을 좋아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아예 외우고 다니며 시를 낭송하는 바람에 친구들은 그를 파우스트나 메피스토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슈만에게 조울증은 창작을 위한 힘이면서 동시에 그를 파괴하는 두 얼굴의 존재였으며 평생 떨쳐낼 수 없었던 그림자이기도 했다. 덕분에 그는 탁월한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그래서 고통스럽고 불행했다. 화려하고 감상적인 낭만적 작품의 이면에 결코 낭만적일 수 없었던 한 예술가의 고통스런 인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https://v.daum.net/v/20231104000155929
‘문학 광’ 슈만, 조울증 견디며 예술적 상상력 꽃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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