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68

베토벤이 지워버린 영웅, 음악 속 불멸의 존재로 재탄생

중앙SUNDAY 2023. 7. 8. 00:39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예전에는 슈퍼맨이 히어로의 대명사였다면 요즘 SF 판타지의 대세는 메타버스의 슈퍼히어로들이다.....현실이 고통스러울수록 사람들은 영웅의 탄생을 희구하기 마련이고 누구에게나 현실은 늘 힘들었으니까.....간혹 실제 인물이 영웅으로 추앙 받게 되는 일도 있다. 나폴레옹이 대표적이다. 파리에는 개선문과 방돔 광장의 전승기념탑 등 나폴레옹의 치적을 기리는 거대한 건축물이 잇달아 세워졌다.....가장 적극적으로 나폴레옹 찬양에 나선 것은 화가들이었다.....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강압적인 통제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자발적으로 나폴레옹을 영웅화 하는데 앞장섰다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베토벤 음악의 ‘영웅적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그는 이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8] 어설프게 목숨 거는 남자들

조선일보 2023. 7. 3. 03:05 Marilyn Monroe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1953)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과 미하일 레르몬토프, 덴마크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 영국 총리 소 피트, 프랑스의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 이 유명인들의 공통점은? 답은 결투. 이들은 명예 때문에 벌어진 결투로 목숨을 잃었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다.....20세기에 이르러 권투를 비롯한 다양한 격투기가 하나둘씩 합법화되면서 결투 문화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정착하게 된다. 세기의 격투기 대결이 성사될 조짐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저커버그의 매치다. 만약 이 매치가 성사된다면 파키아오-메이웨..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7] 푸틴과 ‘백조의 호수’

조선일보 2023. 6. 26. 03:04 Sweetbox ‘Superstar’(2001) ‘푸틴의 요리사’라고 불렸던 바그너 용병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반란은 친러시아인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하루 만에 싱겁게 끝났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의 군사령부를 장악하고 모스크바에서 500㎞ 남쪽에 있는 보로네시주까지 장악한 뒤 모스크바로 북진 중이었다. 프리고진이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는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고 있는 바그너 그룹의 후방 캠프를 고의적으로 포격했기 때문에 총참모장과 국방장관의 처벌을 요구했으나 묵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아마도 러시아 국민이 제일 먼저 떠올렸을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였을 것이다. 1..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황홀하고 신비로운 한여름 밤의 꿈

중앙일보 2023. 6. 20. 01:00 수정 2023. 6. 20. 05:40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하지 전날 밤 아테네 숲에서 벌어진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여름 밤의 환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펼쳐 놓은 이 작품은 많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다. 그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황홀하게 한여름 밤의 환상을 그린 예술가는 멘델스존과 샤갈이 아닐까 싶다. 멘델스존은 이 작품의 공연을 위한 극음악을 작곡했고, 샤갈은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꿈과 환상의 세계를 펼쳤다는 점에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샤갈의 그림과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멘델스존의 음악을 듣거나 샤갈의 그림을 보며 황홀하고 행복하고 신비한 꿈을 꿀 수 있다. https://v...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6] 레트로 열풍

조선일보 2023. 6. 19. 03:00 The Weeknd ‘Out of Time’(2022) 지난 세기말 이후 ‘레트로’는 이제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 있어서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본질적인 경향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것도 가장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Z세대에 있어 더욱 그렇다. 이 세대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유행하고 흘러가버린 것들이 이들 세대의 감수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현상을 아예 ‘뉴트로(newtro)’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한 LP 시장은 2021년에 이미 피지컬 음반 시장에서 CD를 누르고 1위로 복귀했다....놀라운 사실은 이 LP의 주력 구매자층이 기존의 LP 경험자층이 아니라 태어날 때 LP라는 것을 구경도 못 해본 Z세대라는 사실이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헤세 문학은 '치유 미술'이자 '악보 없는 음악'

한국경제 2023. 6. 14. 00:11 ■ 융합예술가 헤르만 헤세 마음 치료 위해 시작한 그림 엽서 크기 수채화 3000점 넘어 '데미안' 알을 깨고 나온 새도 꿈속 황금 머리 새 그림 닮아 '유리알 유희' 아름다운 문장은 음악원 수업 때 따로 배울 정도 헤세의 내면을 비추는 또 다른 길은 음악이다. 그는 위대한 작곡가의 선율에 온몸을 맡기며 전율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나서 “우리는 젖은 눈시울로 일어서며 영혼의 터전 구석구석이 진동하고 경고받고 비난받고 정화되고 화해하는 것을 느낀다”며 경탄하곤 했다. 박물관 인근 성아본디오 성당 묘지의 헤세 무덤에서도 미술과 음악의 하모니가 느껴진다. 성당과 묘지를 잇는 소로길에 길쭉하게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그 광경이 한 폭의 그림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5] 제이슨 므라즈와 세계 환경의 날

조선일보 2023. 6. 5. 03:02 Jason Mraz ‘Only Human’(2008) 지구촌 전체가 인종, 이념, 종교를 모두 초월한 단 하나의 국경일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면 바로 오늘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오십여 년간 기후 위기가 나날이 가시화하면서 수많은 경고등이 켜지고 있지만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다만 고래의 날, 습지의 날, 골프 없는 날, 철새의 날, 사막화 방지의 날, 호랑이의 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등 의미는 깊으나 아무도 관심 없는 기념일들만이 늘어간다. 환경 얘기를 하다보니 1990년대 초반의 ‘내일은 늦으리’가 떠오른다. 서태지와 신해철, 김건모, 신승훈, 이승환 등 그 시대를 대변했던 스타들이 총출동하여 ‘환..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4] 불교와 업

조선일보 2023. 5. 29. 03:01 Culture Club ‘Karma Chameleon’(1983) 음력 4월 8일 석가모니의 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 네 나라뿐이다. 거의 전 지구적인 축제가 벌어지는 크리스마스와 비교한다면 대단히 옹색하다. 불교가 압도적인 지역은 오히려 스리랑카,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특이하게도 불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는 러시아 연방 안의 칼미키야 공화국과 투바 공화국이며 바이칼호 주변의 부랴트공화국도 불교를 믿는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 지역에선 삼라만상의 평등을 전제하는 불교를 믿는 이들을 불가촉천민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예수의 땅인 예루살렘도 지금은 유대교의 본산이니 동서의 두 종교가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