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268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끝나지 않은 디아스포라의 노래

중앙일보 2023. 4. 18. 00:34 아주 오래전에 보니 엠(Boney M)이라는 그룹이 부른 ‘바빌론 강(Rivers of Babylon)’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바빌론 강가에서 우리는 시온을 생각하며 울었어”라고 시작하는 가사는 성경의 시편 137편에서 따온 것인데, 멜로디가 신이 나서 젊은 시절에 자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렇게 멜로디는 신나지만 사실 노래에 얽힌 사연은 그렇게 신나지 않는다.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온 유대인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오페라에도 이와 비슷한 노래가 있다. 베르디의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디아스포라의 노래이다. 디아스포라는 자의건 타의건 살던 땅을 떠나 영원히 타향을..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8] 64세가 되면

조선일보 2023. 4. 17. 03:02 Beatles ‘When I’m Sixty-Four’(1967)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중상위 수준의 국가 대부분이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으로 은퇴 이후 노년층의 사회적 안전판인 연금 재정의 고갈은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현행대로 운영될 경우 2055년이면 완전 고갈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https://v.daum.net/v/20230417030245722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8] 64세가 되면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8] 64세가 되면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중상위 수준..

상사와 불화로 퇴사, 청년 모차르트의 ‘해방 일지’

중앙SUNDAY 2023. 4. 15. 00:01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주위에 음악을 한다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정작 연주나 작곡만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은 언감생심,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어차피 자신의 선택이니 특별히 이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모차르트라면 어떨까. 음악만 해서 살기 어려웠던 것은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려서는 세기의 신동이라는 칭송을 얻으며 유럽 각국의 궁정에서 환대를 받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에게 절실했던 것은 명성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할 직장이었다. 음악적 능력이야 차고 넘쳤지만 아무도 모차르트가 군주의 심기를 살펴서 기분을 맞추어야 하는 하인 역할을 잘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7] 타이타닉

조선일보 2023. 4. 10. 03:00 Celine Dion ‘My Heart Will Go On’ (1997) 2023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역대 영화 흥행 순위 1위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로 누적 수익 29억237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제임스 캐머런은 1~4위 중 무려 3편의 연출을 담당하면서 의심할 여지 없는 영화의 제왕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놀라운 것은 4위를 차지하고 있는 1997년 작품 ‘타이타닉’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1912년 4월 10일, 첫 항해이자 마지막 항해를 시작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다. 제임스 캐머런은 이 역사적인 사건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릿이라는 두 청춘 남녀 배우의 러브스토리를 얹어 ..

[칼럼]BTS 지민과 백범이 원하는 나라

노컷뉴스 2023. 4. 5. 06:06 우리나라 솔로 가수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것은 K-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민은 팀으로도 핫100 1위에 오른 바 있어 그룹과 솔로로 동시에 1위에 오른 유일한 K-팝 가수가 됐다. 외신들은 지민이 이뤄낸 업적을 앞다퉈 보도했다. 미국 포브스는 "오직 한 명의 한국인이 해낸 결과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프랑스 AFP는 "지민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민의 핫100 1위는 아티스트 개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음악과 시대를 읽는 감각이 어울어져 만들어낸 K-문화의 빛나는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민이 K-팝의 본고장을 또 한번 석권했다는 소식에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원하는 나라'가 머리를 스친다. "나..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56] 틱톡(TikTok)-G2 냉전

조선일보 2023. 4. 3. 03:01 Ke$ha ‘Tik Tok’(2010) 동유럽에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백열전을 2년째 벌이고 있지만 태평양을 가운데 두고 미·중 양국은 인터넷 플랫폼 전쟁을 조용히 벌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티벳 독립 요구 시위와 천안문 사태 20주년 그리고 신장 소요 사태가 일어나자 중국 당국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를 완전 차단했으며 2010년엔 구글마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13년이 흐른 지금,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하원의 청문회를 통해 중국의 숏폼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을 퇴출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틱톡 사용자들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95분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가뿐히 넘어 1위다.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하던 2010..

[유윤종의 클래식感]탄생 150주년, 라흐마니노프가 마주친 ‘세계의 낯섦’

동아일보 2023. 3. 28. 03:02 “나는 낯설어진 세계를 방황하는 유령 같다고 느낀다.” 오늘(28일) 서거 80주년을 맞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그를 말해주는 세 가지 키워드는 ‘엄청난 기교의 피아니스트’ ‘감상주의(센티멘털리즘)’ 그리고 ‘망명’이었다. 러시아 제국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혁명이 일어나자 서유럽을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라흐마니노프보다 열다섯 살 위였던 이탈리아의 오페라 거장 푸치니는 자신이 혼란하게 느낀 예술계의 기류에 대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아름다운 음악으로 응답할 것이다. 이 미친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라고 편지에 썼다. 올해는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늘 서거..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회의는 춤춘다

중앙일보 2023. 3. 28. 00:38 매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빈 신년음악회의 프로그램이 왈츠 일색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거에 신년음악회만큼이나 빈 왈츠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 1814년에 개최된 빈 회의였다. 오스트리아의 외무장관 메테르니히의 주도 아래 장장 10개월 동안이나 계속된 이 회의에는 90개 왕국과 53개 공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회의가 열리는 동안 회의장으로 쓰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인 쇤부른궁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메테르니히는 이 호화로운 바로크 양식의 궁전에서 매일 최고급 와인과 흥겨운 왈츠를 곁들인 초호화판 무도회를 열었다. 빈 회의에서의 왈츠는 회의의 실체를 잊게 만드는 일종의 눈속임이었다. 왈츠 선율은 경쾌하고 달콤하지만 정치는 전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