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8. 31. 00:50
[아무튼, 주말]
[전봉관의 해방 거리를 걷다]
경성대학 등 통합하자 좌익 소요 ‘국대안 파동’
1924년 일본의 여섯 번째 제국대학으로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은 매년 50명 내외 한국인의 입학을 허용했다. 1945년 폐교될 때까지 한국인 졸업생은 다 합쳐도 800여 명에 불과했다. 역대 재직 교수 275명 중 조선인은 고작 4명이었고, 그나마도 폐교를 1년 앞두고 임용된 의학, 이공학 전공자였다. 해방과 함께 조선 유일의 대학이던 경성제대는 기능이 마비되었다.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관‧공립 9개교, 사립 전문학교 11개교도 사실상 ‘대학 기능’을 수행했지만, 초엘리트 지도자를 양성하는 제국대학보다 ‘아래’로 취급되었다. 해방 당시 관‧공립 전문학교 9개교의 보유 장서가 5만권도 채 안 되었지만, 학생이 수백명에 불과한 경성제대는 60만~70만권의 장서를 보유했다.
1945년 9월, 대학 행정 사무를 접수한 미군정은 학교 명칭을 ‘경성대학’으로 변경했다....미군정은 식민지 교육 청산을 위해 경성대학의 우월적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관‧공립 전문학교와의 통합을 추진했다.....이사회에 의한 대학 운영은 미국식 대학 제도에서는 일반적이었지만, ‘교수회의’가 학장, 학부장, 교수의 인사권과 대학 운영의 주요 결정권을 갖는 일본 제국대학의 ‘교수 자치’ ‘대학 자치’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다.....미국식 이사회 도입에 제국대학 출신 ‘조선공산당(조공)’ 계열의 좌익 교수들이 특히 반발했다.
8월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법령 제102호)이 공표되었다. 법령에 따라 이사회가 미군정 문교부 고위 관리들로 구성되었고, 총장에 법학박사 앤스테드 ‘대위’가 임명되었다....국립대 참여 거부 운동을 주도한 경성경제전문 교수 박시형과 경성사범 교수 김석형은 ‘교수 226명의 사퇴 의사’를 받아내 미군정을 위협하는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이후 그들이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임용돼 제출한 이력서에는 “조공 푸락취”라는 경력이 ‘당당히’ 기술돼 있다. 미군정 장교의 증언처럼 “불행하게도 가장 역량 있는 교수들이 좌익 사상가였으므로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공감”했다.
대학 자치를 실현하려다 좌절한 서울대 교수 상당수는 월북해 김일성대 창설의 주역이 되었다....또한 대학 자치를 요구하며 서울대를 사임했지만, 정작 이직한 김일성대에서는 대학 자치를 한 번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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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치’ 주장한 서울대 교수들, 월북해 김일성대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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