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5.02 김태훈 기자)
토인비의 전쟁과 문명
아널드 토인비 지음|조행복 옮김|까치|279쪽|1만6000원
토인비의 방대한 역작 '역사의 연구'에서 전쟁에 대해 기술한 부분만 발췌했다.
'군사주의는 문명의 파국을 초래한다'는 전쟁관이 선명히 드러난다.
토인비는 전쟁을 무조건 반대한 순진한 평화주의자는 아니었다.
외부 침략에 맞서 싸우는 무력은 인정하지만, 정복을 위해 무력을 쓰는 군사주의는
오히려 자멸을 부를 뿐이란 견해를 편다.
인류 역사상 처음 나타난 강력한 정복 국가 아시리아는 제국의 전성기를 열었던
아슈르바니팔이 죽자 곧바로 무너졌다.
아슈르바니팔 이전 200년에 걸쳐 누적된 잔인한 정복 전쟁과 무자비한 약탈이
'반(反)아시리아'란 기치 아래 피정복 왕국들을 뭉치게 한 결과였다.
스파르타는 이웃 폴리스들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를 움켜쥐고자 시민들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함으로써 문명을
질식시켰다. 군역 의무를 졌던 스파르타 남자들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평범한 행복조차 금지당했다.
초기에 움텄던 문화와 예술의 싹은 전쟁 국가로 탈바꿈한 뒤 말라죽었다.
책은 다윗에게 목숨을 잃는 골리앗에게서 맹목적 군비 확장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카르타고를 물리친 뒤 승리에 중독된 로마가 나태와 타락이라는 도덕적 함정에 빠졌다고 경고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지켜본 토인비는 한번 피를 맛본 뒤 칼집에 꽂힌 검은 분명코 다시 나오고 싶어 근질근질할
것이라며 역사의 반복을 우려했다.
그 예언은 토인비 사후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울려 퍼지는 총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1/20200501023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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