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 흐르는 것들의 과학

바람아님 2020. 5. 9. 17:05


벤처창업가 줄줄이 키운 이 괴짜 교수의 노하우


(조선일보2020.05.09 신동흔 기자)


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
심재율 지음ㅣ김영사ㅣ292쪽ㅣ1만5800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광형 부총장 집무실의 '카이스트 조직도'는 거꾸로다.

모든 사람이 위에 있고, 아래는 총장 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

이는 "(부총장으로서) 섬겨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기 위해" 만든 것이다.

카이스트에 615억원 거액을 기부한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과 이 부총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24년 전 석·박사과정 학생 7~8명을 이끌고 아무 대가 없이 기업을 돕겠다고 나선

이광형 당시 전산학과 교수와 인연이 없었다면, 정 회장은 기부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돈은 바이오 및 뇌공학과와 미래전략대학원 설립으로 이어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내다본 선구적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총장은 "똑같은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새로운 생각이 나오기 어렵다. 괴짜들이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학창 시절 귀를 뚫고 다녔던 넥슨 창업자 김정주를 비롯해 유독 그의 연구실에서 1세대 벤처 창업가가

줄줄이 나온 배경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9/2020050900220.html 


비행기에서 주는 커피가 맛없는 이유


(조선일보 2020.05.09 곽아람 기자)


흐르는 것들의 과학흐르는 것들의 과학
마크 미오도닉 지음|변정현 옮김|Mid|316쪽|1만7000원


비행기에서 마시는 커피는 왜 맛이 없을까?  기내 기압이 낮아 물의 끓는점이 약 섭씨 92도가

되는데, 이는 커피의 끓는점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추출하고 마실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 따뜻하게 유지된 커피는 풍미를 잃어

쓴맛과 떫은맛만 남기게 된다. 또 미각은 소음과 후각의 영향을 받는다.

비행기에서 주는 커피가 지상과 같을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재료공학자이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인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학회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좌석에 부착된 액정, 화장실에서 만난 액체 비누, 서비스로 받은 와인 한 잔 등을 계기로

액체와의 여행을 시작한다.

등유, 알코올, 잉크, 바다 등 열세 가지 액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만인의 관심사가 된 비말(飛沫) 이야기도 나온다.

깜빡 잠이 든 저자는 저도 모르게 옆자리 여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가 여자의 소매에 침을 묻힌 걸 보고 기겁한다.

이 에피소드가 과학적 사유로 이어진다.

"침은 최초의 치과 위생 치료제이며, 다른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유일한 치료제다. 또 침은 치아와 잇몸만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혀의 뒤쪽에서 자라는 박테리아군(群)에 의한 구취를 생기지 않게 하기도 한다. 침샘에서 흘러나오는 침은

입을 씻어내고 청소한다. 보통 사람은 이 특별한 액체를 하루에 0.75~1리터 정도 만들어 낸다."


형식은 가볍고 유쾌한 에세이지만, 안에 담긴 지식은 깊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고픈 독자들께 권한다.

원제 Liquid.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9/2020050900245.html 



끝나지 않는 전쟁… 신의 침묵에 분노한 인간의 외침


(조선일보 2020.05.09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밤의 책밤의 책
실비 제르맹 지음|김화영 옮김|문학동네|504쪽|1만5800원


1870년 보불전쟁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전쟁에 동원된

한 가족의 역사를 환상적 상상력으로 묘사한 장편소설이다.

프랑스 페미나 문학상과 고교생이 뽑는 공쿠르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소설가 실비 제르맹(66)이

1985년 발표한 데뷔작이다. 그녀의 작품 중 '분노의 날들'을 비롯한 4권이 2006년 이후 우리말로

옮겨진 뒤 이제서야 첫 소설이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에 의해 번역됐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번역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앞으로 노벨문학상이 프랑스 문학에

또 돌아간다면, 아마도 이 작가가 탈 것"이라고 서슴없이 밝혔다.


이 소설은 상징적 '밤'의 연속이다.

100년에 가까운 전쟁사를 암울하게 채색했지만, 작가의 언어는 곳곳에서 시학(詩學)의 광휘를 내뿜고,

환상의 숨결을 인간 사회에 불어넣어 새로운 신화의 세계를 창조했다.

'가끔 추위가 되살아나 봄을 시샘하더니 이윽고 그 위로 여름이 덮쳤다. 전쟁은 끝날 줄을 몰랐다.

대지는 구토에 시달리는 거대한 짐승 같다. 하늘은 몇 세기에 걸쳐 한 번도 청소를 한 적이 없는 거대한 굴뚝처럼 시커멓다.

해마저 보이지 않는데 화덕 속처럼 덥다. 총을 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작가는 지상의 살육을 방치하는 신의 침묵에 분노한 인간의 외침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증폭시켰다.

기독교 성경에서 야곱이 천사와 씨름을 벌인 일화를 바탕에 깔았다. 태초에 빛이 있었지만, 낙원 상실 이후 존재론적

암흑에 갇힌 인간의 삶과 꿈을 광풍(狂風)에 펄럭이는 '밤의 책'처럼 펼쳐놓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9/20200509002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