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8.16 안용현 논설위원)
2차 대전이 끝나자 소련이 터키에 옛 러시아 땅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소련군 기지도 맘대로 지을 태세였다. 터키는 영국에 SOS를 쳤지만 힘에 부쳤다. 이때 트루먼 독트린이 나왔다.
1947년 트루먼 미 대통령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겠다'며 터키와 그리스에 4억달러 군사·경제 원조를 했다.
터키는 소련의 지중해 진출을 막는 요충지였다. 터키는 2차 대전은 중립으로, 냉전은 친미로 안보를 지켰다.
▶터키 남부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는 미군이 가장 중시하는 해외 교두보다.
이라크·시리아와 가까워 걸프전, 이라크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군 작전 허브로 기여했다.
미군 핵도 배치돼 있다. 미국·터키 동맹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올 들어 터키가 미군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IS 격퇴전에서 미국이 터키에 적대적인 쿠르드족을 지원했다는 이유다.
터키는 쿠르드족을 도운 혐의 등으로 한 미국인 목사를 억류했고, 미국은 이걸 문제 삼아 경제 제재를 가했다.
터키 리라화가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큰 독불장군' 트럼프와 '작은 독불장군' 에르도안이 미·터키 권좌에 오른 뒤 양국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에르도안은 빈민가 출신으로 이슬람 운동을 하다 정치권에 발탁됐다.
총리를 세 번 할 때는 경제 성장에 주력했지만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개헌을 통해 '술탄'이 되자
나라를 맘대로 바꾸려 했다. 여군에게 히잡을 씌우며 세속국가 터키에 이슬람 색채를 다시 입혔다.
대외 정책도 제멋대로다. NATO 회원국인데도 '러시아 사드'인 S400 방공 미사일을 들여와 미국 속을 뒤집어 놨다.
에르도안은 무슨 짓을 해도 미국이 터키의 지정학적 가치를 포기 못 한다고 봤다.
▶그러나 상대는 트럼프였다. 최근 베이다이허에 모인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미·중 무역 갈등을 놓고
"우리가 트럼프를 잘못 봤다"는 반성을 했다 한다.
중국이 미국을 곧 제압할 것처럼 떠들었던 중국 관변 학자가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에 뒤이은 보도다.
트럼프가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다 물러설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트럼프 등장 전까지 세계는 기존 국제관례와 상식을 지키는 미국 대통령만 겪었다.
미국이 제 이익을 지키겠다며 일방적으로 힘을 쓸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몰랐다.
에르도안이 '새 동맹을 찾겠다'며 항미(抗美) 의지를 밝혔지만, 중국마저 휘청거리게 하는 게 미국의 힘이다.
미국이 거친 야만성을 드러낼 때 세상이 어떻게 요동치는지 첫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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