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오후여담>아문센 탐험선

바람아님 2018. 8. 14. 06:34
문화일보 2018.08.13. 12:00


남극점을 최초로 밟은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북극 탐험에 사용했던 목선 ‘마우드호’(292t급)가 노르웨이 베르겐항에 입항하는 사진 한 장이 최근 국내외 언론을 장식했다. 1918년 7월 아문센을 태우고 북극해를 향해 출발한 지 100년 만의 귀향이어서 의미가 컸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탐험선 귀환 소식은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관심거리였다.


마우드호는 아문센이 북극 탐험을 위해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자비를 들여 만들었다. 그의 목표는 마우드호가 북극 탐험에 성공해 과학기지로 활용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고로 인한 부상 등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세계 두 번째로 북동 항로를 횡단하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탐험은 북극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몇 차례 더 북극 탐험에 나섰지만, 실패로 빚더미에 앉자, 1925년 캐나다 유통업체에 매각했다. 마우드호는 화물선 등으로 활용되던 중 1931년 캐나다 북부 해안에서 침몰했다.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탐험선은 1990년 단돈 1달러에 아스커 사에 팔려 2016년 인양됐다. 마우드호는 오는 18일 배가 처음 건조된 볼렌 지역으로 옮겨져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선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문센은 25세에 남극 탐험대에 선발돼 일등 항해사가 됐다. 그는 북극 탐험을 기획해 탐험선을 타고 떠났다가 배가 빙산에 갇혀 2년 동안 조난하자 선장을 대신해 빙산을 깨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로로 1899년 선장이 됐다. 6년간의 주도면밀한 준비 끝에 1910년 4월 혹독한 추위 속에 남극 탐험 길에 오른 아문센은 탐험을 떠난 지 18개월 만인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을 정복, 노르웨이 국기를 꽂았다. 아문센의 탐험기는 세계위인동화를 통해 초등학교 때부터 친숙하게 알려져 왔으며,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철저한 사전준비는 90주기를 맞은 오늘날까지 기업경영에도 활용되고 있다.


탐험선 인양과 귀환을 총괄한 얀 방아르드는 노르웨이의 역사적 영웅이자 모험 정신의 대명사인 아문센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1세기 전 선대의 대서사시를 유물과 함께 후대에 남기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전함 ‘돈스코이호’ 금괴에 요행을 바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회적 물의를 빚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박현수 조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