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철도는 1981년 착공돼 15년 만인 1906년에 완공됐다. 총길이 9,288㎞의 철로를 깔기 위해 3,500만파운드(현재 가치 5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원래의 목적은 통치 효율성 제고. 정부의 명령과 계획을 변방에 전달하는 데 몇 달이나 걸리는 비효율성을 없애겠다는 의도였다. 게다가 동아시아에서 위세를 더해가는 일본을 견제할 필요도 있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처음에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결정한 것은 공기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였다. 이것이 독이 됐다. 단선철도로는 병력수송을 원활히 할 수 없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참패한 이유다. 국가 번영을 위해 만들어진 철도가 오히려 멸망을 재촉했으니 아이러니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달리는 열차에는 절절한 사연이 실린다.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는 고종의 밀서를 지니고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로 향했던 이준 열사와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인 나혜석이 파리 유학을 떠나기 위해 몸을 실었던 교통수단도 이 열차였다. 1937년 이오시프 스탈린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하루아침에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쫓겨난 조선인들은 열차 안에서 추위와 굶주림·두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외화벌이를 위해 수천㎞ 떨어진 시베리아 벌목현장으로 향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고단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현대글로비스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에 주 1회 급행 화물열차를 운행한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동서를 논스톱으로 달리기 때문에 운송시간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타까운 점은 유라시아까지 관통한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가지 못한다는 것.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아직도 애환을 싣고 달린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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