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이번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펑리위안 부부가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를 환대했다. 만찬 때 35년 전 김정일 방중 기록 영화도 관람했다고 전해진다. 시진핑은 북·중 관계를 “유일무이하게 피로 맺어진 친선” “순치(脣齒)의 관계”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공식 인정하고 그간 소원했던 관계를 원상 복구한 상징적 이벤트였다.
2002년 사망한 시중쉰을 우상화하는 작업이 가열차다. 시 부자의 고향 산시(陝西)성 푸핑현의 시중쉰 기념관 일대가 축구장 40개 규모로 확장됐고, 우표 등 각종 기념물도 쏟아진다.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전시회엔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경제개혁을 설명하는 시중쉰의 그림이 압도적인 크기로 걸렸다. 마오쩌둥(毛澤東)을 도와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한 혁명가, 덩샤오핑에게 개혁·개방의 밑그림을 그려준 선지자가 지금 중국이 그리고 있는 시중쉰의 모습이다. 임기제를 철폐하고 ‘시진핑 사상’까지 도입한 시진핑의 ‘왕조 세우기’ 과정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의 중국은 2000여 년 왕조를 깨뜨리고 공화제를 수립한 1911년 신해혁명 위에 서 있다.
‘황제 시진핑’ 질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소리들이 들린다. 개인숭배와 종신집권에 대한 저항이 중국의 대학과 거리에서 나온다. 전직 교수가 중국 정책을 비판하다 인터뷰 생방송 중 공안에 끌려나간 사건도 있었다. 최근 끝난 수뇌부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국가 원로들이 우려를 제기했다고 한다. 시진핑 권력이 독재를 추구하고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낮추고 때를 기다림)를 너무 일찍 접어 미국의 공격을 초래했다는 등의 문제 제기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을 계기로 방북할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비핵화 협상을 고리로 미국을 동북아에서 밀어내는 혈맹지공이 속도를 낼 것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두 폭압적 권력 사이에 우리 대한민국이 끼여 있다.
김수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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