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에는 세 개의 화살(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이 있다. 이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혁신성장은 속도가 나지 않고, 공정경제는 ‘상생 유도’보다는 대기업 때리기에 치우쳐 투자심리만 꺾어 놓는 모양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충격’ ‘주 52시간제’가 획일적으로 시행되면서 일자리 공급을 틀어막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조차 “충격적”이라면서 연간 고용 목표를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낮추고 올해 성장률 3%를 포기했다.
하지만 J노믹스를 주도하는 청와대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오로지 “내 생각이 맞다”는 일종의 확증편향이자 정신승리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 온통 남 탓뿐이다. ‘인구구조’ ‘봄비’ ‘공무원 시험 일정’이 나오더니 이명박·박근혜 정권 탓까지 나왔다.
정신승리법의 결정판은 지난 5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의 국가재정전략회의 발언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생뚱맞은 통계에 갸우뚱했다.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청와대가 자영업자와 실직자만 쏙 빼놓고 임금 근로자만 분석한 결과라는 게 드러나면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제 고용 참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면서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필요하면 정책 방향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콩가루 집안처럼 ‘김앤장·장앤김’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확증편향은 잘 치유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소득주도 성장론자들 사이에 ‘J커브 효과’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새로운 정책의 충격으로 처음엔 상황이 악화할지라도 점차 J자처럼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한국만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꿈같은 얘기다. 아큐의 정신승리법이 따로 없다.
김동호 논설위원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물상] 어느 아파트서 생긴 일 (0) | 2018.08.24 |
---|---|
[만물상] 쓰레기통에 나뒹구는 돈 (0) | 2018.08.23 |
[분수대] 황제 시진핑 (0) | 2018.08.21 |
[만물상] 트럼프와 에르도안 (0) | 2018.08.16 |
[만파식적]시베리아횡단철도 (0) | 2018.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