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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념 아니라 '집단 귀속감'으로 투표한다

바람아님 2020. 4. 18. 16:04

(조선일보 2020.04.18 곽아람 기자)


-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 인터뷰
자신이 속한 무리에 충성심 갖고 우월함을 보여주려 하는 인간, 집단 정체성 근거해 정치적 선택
인종·민족적으로 균질한 한국, 계층 갈등 더 치열하게 만들어


'정치적 부족주의'정치적 부족주의

에이미 추아 지음|김승진 옮김|부키|352쪽|2만원


"정치 지형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집단 본능'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념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 정체성에 근거해 투표한다."


딸 둘을 중국식 스파르타 교육으로 키운 이야기 '타이거 마더'의 저자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58·작은 사진)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이 책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집단 본능(group instinct)'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학생 80명에게 온라인 강의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는 그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족이나 부족, 혹은 민족이나 나라 같은 집단에 대한

애착과 충성심의 힘이 매우 강력하고, 그것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혹은

'민주주의' 같은 추상적 이데올로기보다 세상 중대사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이야길 하고 싶었다"고 했다. "

인간은 일단 무리에 속하면 그에 애착을 갖고 옹호하며, 자신이 속한 무리가 모든 방면에서 우월하다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에이미 추아 에이미 추아 /ⓒFadil Berish


추아는 2016년 트럼프 당선이 '백인 쓰레기(White trash)'라고 불리는 가난한 백인들의

'집단 본능'의 결과라고 썼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지만 근본적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 유대인 등이 미국에서 자신의 인종적, 민족적 정체성에 기반해

자부심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게 허용된, 아니 독려된 반면, 백인 미국인은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부족이 고유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무언가를 가졌다고

믿고 싶어 한다. 이것이 부족 본능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백인 미국인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백인 정체성이란 누구도 자랑스러워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러한 주장은 빈곤 지역 출신 백인인 J.D. 밴스의 회고록이자 미국 백인 노동계급의 좌절을 다룬

'힐빌리의 노래'(2016)와도 상통한다. 추아는 "밴스는 내 학생이었다! 내가 그의 멘토였고,

그의 책에 내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백인 노동계급의 집단 본능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생각하지만 주로 사회 취약 계층을 공격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변수가 될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미국 이야기인 만큼 책은 인종 문제에 천착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가장 큰 정치적 이슈는 좌우 이데올로기"라고 했더니, 추아 교수는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이데올로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 대신 '계층(class)'을 쓰겠다"고 했다.

"지금 한국인이 계층별로 매우 양극화돼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국이 민족적, 인종적으로 균질하다는 사실이 '계층' 갈등의 공산을 훨씬 크게 하며, 치열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수업에서 영화 '기생충'과 관련해 토론했다.

미국 인종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왜 미국서 계층 붕괴가 드문가를 이야기했더니 한국 학생이 한국을 흥미로운

대조군으로 들었다. 인종적 다양성이 없지만 계층 갈등이 양극화의 중심 경계선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10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에이미 추아는 "부족 본능은 '동일시'가 시작이자 끝인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본능적 감정의 수준에서 자신을

트럼프와 동일시했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소속 집단이 우월하길 바라고 충성하고자 하는 본능은 자칫 테러리즘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결할 방안을 묻자 추아 교수는 "어려운 질문인데!"라며 고심했다.

"모든 계층과 민족에 속하는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포함된 집단을 생성하려 노력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때로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 모든 인종과 계층을 포괄하는 뉴욕 양키스 팬이 한 예다.

요즘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은 점점 더 다양성을 갖춰가는 나라를 무엇으로 통합하느냐는 것이다.

많은 좌파, 특히 마이너리티들에겐 조지 워싱턴 같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 대한 어떤 충성심도, 연대감도 없다.

그것이 이슈다."


그는 "트럼프 당선 후, 지난 20년간 개발도상국의 전형이라 여기고 연구해 온 정치적 역학 관계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백인 국수주의자인 종족민족주의자 운동의 봉기, 권위주의로의 요동침, 제도와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 약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집단 간 제로섬 경쟁으로 탈바꿈하는 것 등이 한 예다.

지금 미국이라는 나라가 왜 집단적 양극화라는 특정 형태로 격렬히 갈라져 있는지 설명하려고 책을 썼다."

원제 Political Tribes.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7/20200417036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