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문명]中서 확인한 박 대통령 열기

동아일보 2015-9-23

17일부터 5일간 중국에 다녀왔다. 베트남과 인접한 광시(廣西) 성 좡족(壯族) 자치구의 중심도시 난닝(南寧)을 갔는데 중-아세안 엑스포 취재를 위해서였다. 난닝은 매년 3600만 명의 관광객(이 중 50만 명이 한국인)이 찾는다는 구이린(계림·桂林)이 속해 있는 도시이다. 한국은 비아세안 국가이지만 올해 특별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밀접한 한중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튿날 광시 성 사회과학원 연구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화제가 됐다. “중국 내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 정도냐”는 물음에 참석자들이 모두 반색하면서 너도나도 팬을 자처했다. 이들의 말이다.

허문명 국제부장

“열병식 행사 후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친구들과 박 대통령이 너무 멋있고 대단했다는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나는 박 대통령 자서전에 나오는 좋은 구절들을 모아 스마트폰에 저장시켜 두고 본다.” “한국 대통령이 박근혜라는 것은 어른이라면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유명한 한국 대통령은 없었다.”

인기 비결에 대해 한 여성 연구원은 “첫 여자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극적 삶을 이겨낸 도전과 용기의 삶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이번 열병식 때에도 옷차림이나 매너 모든 면에서 펑리위안 여사를 배려하면서도 화려하기보다 은근한 내면적 아름다움으로 스스로 돋보이는 우아함을 중국인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연구원은 “‘나는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도 애국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인들이 참 좋아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여간해서는 남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자존심 강한 중국인들로부터 너무 뜨거운 반응이 나와 놀랐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유심히 살폈지만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말하듯 하는 표정에선 진정성이 느껴졌다.

중국에서 확인한 박 대통령에 대한 인기를 접하며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동북아시아 속에서의 한국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동북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물길과 육로를 하나로 만든다는 뜻)’ 정책을 표방했다. 협력과 공존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한 정책 방향이다.

오바마 정부는 ‘힘의 재균형(rebalance)’이라는 정책기조 아래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재편에 매진 중이다. 미일동맹 강화가 가장 중요한 축이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평화헌법을 고쳐 동아시아의 새로운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고, 핵개발과 핵위협에 열을 올리는 북한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정세 때문에 오늘(23일) 시진핑 주석의 첫 국빈 자격 방미에 전 세계 눈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안미경중(安美經中) 입장에 있다. 국제외교의 좌표 설정이 어려운 이유다.

연예인들에게 인기는 돈이지만 국제무대에서의 지도자 인기는 곧 외교력으로 이어진다. 중국 지도층과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강한 호감을 갖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중관계 발전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중국에서의 박 대통령 인기는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다. 

박 대통령이 더 자신감을 갖고 한중관계를 우리 국익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국내 정치권과 정부도 밑받침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 대통령 역할은 외교와 안보가 70% 이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더 분투노력해 주기를 기대해본다.

허문명 국제부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