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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3] 유추, 생각의 중추

조선일보 2022. 02. 15. 03:03 2월 15일 오늘은 세 사람의 탁월한 사상가가 태어난 날이다. 제러미 벤담(1748), 앨프리드 화이트헤드(1861), 그리고 더글러스 호프스태터(1945)가 얼추 100년 간격으로 탄생했다. 법률가로 시작해 공리주의 철학을 집대성한 벤담과 수학을 공부하고 이른바 과정 철학(process philosophy) 분야를 정립한 화이트헤드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있겠지만 호프스태터는 좀 낯설지 모른다. 그러나 1979년 그에게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안겨준 책 ‘괴델, 에셔, 바흐’를 최애하는 독자는 은근히 많다. (중략) 2017년 나는 그가 프랑스 심리학자 에마뉘엘 상데와 함께 저술한 ‘사고의 본질’ 우리말 번역본의 감수와 해제를 맡았다. 이상화 시인이 봄을 고양..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2] 토론 예능

조선일보 2022.02.08 최악의 토론이었다. 평생 토론 수업을 하며 밥 벌어먹은 교수로서 지난 2월 3일 대선 후보 토론을 채점하라면 네 후보 모두 영락없는 낙제다. 토론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채 기껏해야 순서나 지킨 시장판 야단법석이었다. 나는 이 칼럼에서 토론에 관한 내 생각을 두 번이나 밝혔다(2012년 8월 14일, 2019년 12월 24일). 이건 토론(discussion)은커녕 논쟁(debate)도 아니고 그저 언쟁(argument) 혹은 말싸움(quarrel)에 지나지 않는다. https://news.v.daum.net/v/20220208030049574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2] 토론 예능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2] 토론 예능 최악의 토론이었다. 평생 토론 수업을 하..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9] 정치인은 왜 늘 꼴찌일까?

조선일보 2021. 03. 30. 03:03 내 주변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최 교수, 환경 나부랭이들이랑 놀지 말아. 그놈들 아주 나쁜 놈들이야. 툭하면 경제 발전의 발목이나 잡는 놈들. 환경이 어디 밥 먹여줘?” 이러던 분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돌변했다. “다들 제정신이야? 환경보다 소중한 게 세상천지에 어디 있어? 죽고 사는 문제 앞에 경제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뭣이 중헌디!”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3/30/F2LVVSIB4REQTKS4UFDJD7PF5Y/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9] 정치인은 왜 늘 꼴찌일까?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9] 정치인은 왜 늘 꼴찌일까? www.chosun.com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2] 우생학의 그림자

조선일보 2021. 02. 09. 03:07 2월 16일은 우생학과 인연이 깊은 날이다. 우생학은 영어로 ‘eugenics’라 하는데, ‘우월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eu’와 ‘태생’을 의미하는 ‘genos’가 합쳐진 말로 ‘우월한 태생에 관한 연구’라는 뜻이다. 이 말을 처음 만든 영국의 생물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사촌인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적용하면 미래 세대 인류를 질적으로 향상 또는 저하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2/09/RYXKIISZFNHEJK33N7CY7GA5DM/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2] 우생학의 그림자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12] 우생학의 ..

[송호근 칼럼] 방역정권의 정신구조를 묻는다

중앙일보 2021.01.04 00:31 적수를 호명해 박멸하는 방역정권 비판적 생체지식, 민주·분배 절대화 군부와 민주정권 다 관념론 신봉자 대륙사상의 하수인이 되고 싶은가 뒤죽박죽이었다. 정권의 전방위적 싸움이 코로나와 가세해 일상을 들쑤셨다. 2020년이 그렇게 가고 신생의 해가 솟았다. 시간에 마디를 두는 것은 혼란을 묻고 가슴 벅찬 개활지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힘든 세월이었다.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 갇혔다. 이중의 벽이다. 코로나가 명령한 동선 금압의 벽과 집권세력이 강박한 절대이념의 벽. 두 벽의 공통점은 바이러스 박멸, 곧 방역(防疫)이다. 3년 반이 경과한 요즘 현 정권은 ‘방역정권’이란 생각이 맴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61076 [송호근 칼럼] ..

[배명복 칼럼] 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중앙일보 2020. 12. 29. 00:37 코로나 앞에 나약한 인간이지만 놀라운 적응력과 대응력 보여줘 K방역 성공했다고 자랑할 것도 백신 때문에 낙담할 것도 없어 최근 서울 시내 모 대학 교수 한 분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 한 해 온라인 강의를 했다는 그는 1학기와 2학기가 완전히 달랐다고 말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 우왕좌왕한 1학기 때는 학생도 불만, 교수도 불만이었다. 그러나 줌을 이용한 원격 강의에 적응한 2학기 때는 매우 만족스런 강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업의 질과 수준이 대면 강의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56621 [배명복 칼..

[송호근 칼럼] K-구재는 어디에?

중앙일보 2020.12.21 00:55 빼앗긴 일 년에 빼앗길 일 년 예약 국민의 절반이 스러진 무덤에 꽂는 정의의 깃발이 무슨 소용 있으랴 국가적 재난 ‘K-구재’로 전환해야 나는 이즘 확신한다. 더 무서운 현실이 대기 중임을. 일 년이면 끝날 거라는 낙관적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현대과학은 무력했다. 나노 몸통에 돌기를 두른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학의 담장을 마음껏 뛰어넘었고, 초연결 문명의 급소를 공격했다. 일 년을 빼앗겨 지칠 대로 지친 세모(歲暮)에 다시 빼앗길 일 년을 예약해야 하는 시대의 운명은 처참하다. 내년 3월이면 세계 확진자 1억 명, 사망자 2백만 명에 근접한다. 1919년 스페인독감 이후 세계가 뽐낸 과학은 확진자 규모를 5분의1밖에 줄이지 못했다. 인류는 저주를 받았다. htt..

[송호근 칼럼] 최종병기, 사약을 받을까?

중앙일보 2020.12.07 00:51 검찰개혁 격투기로 아수라장 한국 추장관 언행이 개혁명분 까먹어 윤총장 칼을 받아야 후한 없는데 국민의 최종병기에 사약 내릴까 그가 오던 날, 대통령의 애정 어린 미소를 기억한다. 그가 오던 날, 검찰개혁의 오랜 꿈이 이뤄진다던 민주당 의원들의 환호성을 기억한다. 선거법, 공수처법, 정부예산안을 두고 6개월을 허비하지 않았던가. 국회 문턱을 못 넘은 법안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행정명령권으로 돌파하던 차였다. 마침 21대 총선이 천금 같은 출구를 뚫어줬다. 여기에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할 장수를 모셨으니 ‘20년 집권’ 같은 당찬 소리가 나올 법도 했다. 그런데 정권의 기대는 한 달도 못 갔다. 총장의 칼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눈치가 없었거나, 여권이 비난하듯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