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김형석 칼럼 69

[김형석 칼럼]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동아일보 2024. 2. 8. 23:51 총선 앞둔 정치권, 분열과 혼돈의 싸움만 정치꾼은 많으나 나라 주인이 없는 형국 선진국처럼 ‘전문 중견층’ 일꾼을 뽑아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첫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식을 벗어난 현상을 연출해 왔다. 윤 대통령을 선출한 일등 공신은 누구였는가. 문재인 정부와 조국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그 배후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다. 물론 민주당도 참여했다. 그런데 지금 윤 정부 타도와 탄핵까지 이야기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그 잘못은 또 누구에게 있는가. 야당이 된 민주당과 그 배후인 운동권 세력이다. 국민은 민주당 초창기 대표인 이해찬이 20년 집권론을 펼 때부터 민주주의 장래를 걱정했다. 지금까지 여러 당 대표를 거쳐 이재명에 이르렀다. 그중 ..

[김형석의 100년 산책] 지정학적 운명 아닌 역사적 창조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2024. 2. 2. 00:37 수정 2024. 2. 2. 00:39 세계지도는 주어진 전제 조건 지정학이 역사 만들지는 못해 중국, 인문학적 전통 스스로 포기 일본, 서구와 정신적 동질성 갖춰 ‘자유와 인간애 구현’ 실천하는 문화강국 이상 후대에 물려줘야 역사는 인간의 시대적 선택 6·25전쟁 73주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의 지정학적 연구에 관한 저서를 소개 권고했다. 다른 논평은 없이 중국 이해와 관계 개선에 관한 두 번째 추천서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첫 중국 대사로 노영민 전 의원(이후 문 대통령 비서실장이 됨)을 임명했다. 중국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두터웠다. 집권 기간 중 미국에 대한 비판은 있었어도 중국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그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의 몫이..

[김형석의 100년 산책] 꽉 막힌 한국 정치, 실용주의로 넘어서자

중앙일보 2023. 12. 8. 00:19 영국 공리주의 발전시킨 철학 ‘이념보다 사실’ 미국에서 꽃펴 흑백논리, 진영대립의 반대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핵심 개인과 사회의 성장·발전 꾀해 궁극적 목표는 자유와 인간애 모든 선진국은 냉전 시대의 유산인 좌우의 정치적 갈등을 극복했다. 진보와 보수로 탈바꿈하면서 공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도 그런 국가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친북과 친중국 정치를 택하면서, 진보는 열린 사회에 역행해 진보의 본령을 버리고 폐쇄적인 좌파로 퇴락했다. 보수는 미래지향적인 다원 사회를 외면하고 닫힌 극우로 변했다. 그 결과가 오늘과 같은 후진국의 고충을 재연하고 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인이 기대하는 이념적 방향으로서의 중도는 불가능하나, 실용주의..

[김형석의 100년 산책] 인생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2023. 11. 24. 00:29 6·25로 중단된 ‘정신지도자’ 꿈 철학과 현실 사이 간극에 고민 일반인 위한 수필 작가로 활동 되돌아가면 철학에 전념할 것 중학교 4학년 때, 철학을 공부해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굳혔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선택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허락지 않았다. 대학 후기에 학도병 문제로 대학을 떠났다. 해방과 더불어 다시 태어나는 희망은 얻었으나 학문을 계속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북한 공산 치하는 모든 희망을 빼앗았다. 탈북해서 7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도 철학 공부는 놓지 않았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내 인생의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철학과 현실 사이의 간격은 너무 심각했다. 마치 대학 철학이..

[김형석 칼럼]나라 병들어도 ‘나’와 ‘우리’ 이기면 된다는 사람들

동아일보 2023. 11. 16. 23:48 본인 명예 회복에 정치력 발휘하려는 지도자들 公을 위해 私를 희생하는 애국심 필요한 때다 나는 비교적 여러 사람의 말을 듣는 편이다. 책과 글의 독자들이 있고 방송과 강연회를 갖기 때문이다. 대학을 떠난 후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더 많이 듣고 깨닫게 된다. 군사정권 때였다. 초등학교 선생들의 편지를 받았다. ‘교육하면서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어도 교육계통의 상위기관과 교육청이 과도한 지시와 공문 처리까지 요청하기 때문에, 제자들을 지도할 시간이 부족해서 고민이다’라는 호소였다. 나는 그 뜻을 당시 일간지에 전달 홍보해 준 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재인 정부 때에는 어린 학생들의 인권은 앞세우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배제해 왔다. 정부는..

[김형석의 100년 산책] 내가 탈북한 이유 “인간다운 교육을 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2023. 11. 10. 00:43 수정 2023. 11. 10. 00:43 평양의 ‘민족학교' 폐교한 일제 기독교 믿는다고 학생들 때려 일제보다 혹독한 북한식 교육 공산주의 안 따르면 반동 취급 교육의 지향점은 인간성 회복 우리는 지금 잘 가르치고 있나 1940년 무렵이었다. 내가 숭실중학 4학년을 끝내면서 평양 교육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조선총독부는 평양에 하나뿐인 숭실전문학교와 숭실중학교, 숭의여자중학교를 폐교했다. 민족주의 기독교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평양의 3숭(3崇) 폐교 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그 대안으로 일본인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제1 공립중학교, 한국 학생을 위한 평양고보를 제2 공립중학교, 숭실학교를 폐교한 대신 제3 공립중학교로 개편하면서 한..

키 작아 걱정하던 외손주, 미국 학교서 ‘달리기 상장’ 받은 사연 [김형석의 100년 산책]

중앙일보 2023. 10. 13. 00:59 수정 2023. 10. 13. 05:40 꼴찌 했지만 “가장 열심히 달려” 어릴 때는 ‘사랑의 교육’이 최고 중·고교 성적은 큰 문제 아니야 사제·친구간 공동체정신 익혀야 대학은 문제의식 키워가는 곳 교실이 바뀌어야 새 교육 가능 40여 년 전, 미국에 사는 큰딸 집에 갔을 때였다. 외손주가 초등 4학년인데 키도 작고 볼품도 없는 편이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었다. 우리 애는 열심히 뛰었지만 언제나 꼴찌였다. 내 딸은 그러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담임선생과 상의하곤 했다. 운동회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애가 운동회에서 상장을 받아왔다. ‘누구보다도 제일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준 상’이었다. 꼴찌는 했지만, ..

[김형석의 100년 산책] 연세대의 전설, 세 석두 교수 이야기

중앙일보 2023. 9. 15. 00:25 ‘도사’ 못지않은 영어과 심인곤 돌비석처럼 빈틈없는 AI 설교 아호 ‘한결’의 국어학자 김윤경 화를 내거나 거짓말한 적 없어 모두 무서워한 철학과 정석해 제자 위해 4·19 교수 데모 앞장 내가 70년 전에 연세대에 부임했을 때, 옛날 스승을 연상케 하는 세 석두(石頭) 교수 얘기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자타가 인정하는 철학과 정석해 교수였다. 다음 타자인 국어학자 김윤경 교수까지는 변함이 없었는데 세 번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공대학장이었던 수학과 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영어학을 가르친 심인곤 교수였다. 나는 심 교수가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는 편이다. 심 교수는 나와 가까이 살았고 같은 교회에서 봉사했기 때문에 유자격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걸음을 걸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