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김형석 칼럼

키 작아 걱정하던 외손주, 미국 학교서 ‘달리기 상장’ 받은 사연 [김형석의 100년 산책]

바람아님 2023. 10. 13. 07:09

중앙일보 2023. 10. 13. 00:59  수정 2023. 10. 13. 05:40

꼴찌 했지만 “가장 열심히 달려”
어릴 때는 ‘사랑의 교육’이 최고

중·고교 성적은 큰 문제 아니야
사제·친구간 공동체정신 익혀야

대학은 문제의식 키워가는 곳
교실이 바뀌어야 새 교육 가능

40여 년 전, 미국에 사는 큰딸 집에 갔을 때였다. 외손주가 초등 4학년인데 키도 작고 볼품도 없는 편이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운동회가 있었다. 우리 애는 열심히 뛰었지만 언제나 꼴찌였다. 내 딸은 그러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담임선생과 상의하곤 했다. 운동회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애가 운동회에서 상장을 받아왔다. ‘누구보다도 제일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준 상’이었다. 꼴찌는 했지만, 열성만은 제일이었으니까 준 것이다. 그 애가 지금은 심장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는 그런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애가 초등학교 때 배운 것은 거짓 없는 정직, 욕하거나 어떤 폭력도 큰 잘못이라는 정신, 부족한 점 때문에 책망받는 것보다 적더라도 잘한 일에 칭찬받는 교육이었다. 학교장은 선생과 학부모가 합심해서 사랑이 있는 교육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큰 학교보다 규모가 작은 학교, 학생 수가 적을수록 사랑이 많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독서가 병행하지 못하고 모든 공부를 수능시험에 집중하기 때문에 학문과 사상의 주체가 되는 인문학적 사유의 결핍이 심각해지고 있다. 의사들도 환자를 대할 때는 과거와 달리 주치의가 동료 교수들과 종합진단을 통해 병상을 판단한 후에 다시 주치의가 책임을 진다. 교수들은 그런 초보적인 과정도 밟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독립된 한 과목, 자기 전공 분야에 집중해 학문의 다양성과 사회적 요청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인문학이 설 자리를 스스로 좁혀간다.

이런 여러 가지 전문성과 융합성이 있는 현실에 대한 해결을 위한 대학 교실에는 문제의식이 필수적이다. 교실이 바뀌지 못하면 학문과 사회의 발전적 희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https://v.daum.net/v/20231013005947407
키 작아 걱정하던 외손주, 미국 학교서 ‘달리기 상장’ 받은 사연 [김형석의 100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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