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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권력 핵심의 '同盟보다 親北' 위험하다

바람아님 2017. 10. 28. 09:21
문화일보 2017.10.27. 12: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 1주년을 오는 11월 7∼8일 첫 방한 기간 중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한·미 정상회담 후 8일 국회 연설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이 바로 대선 1년 되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견지하는 트럼프 체제는 앞으로 최소한 3년, 재선될 경우 7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좋든 싫든 간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존법을 마련해야 하는 게 모두의 지상과제가 됐다. 특히, 미국은 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안전핀 국가라는 점에서 트럼프 시대에 각별한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백악관과 청와대 기류가 심상치 않다. 백악관 쪽에서 대북 군사 옵션 얘기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위협이 제기되는 사이, 청와대 안팎에서는 ‘전쟁을 해야 한다면 동맹을 깨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측 갈등은 북핵 해법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여섯 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를 한 데 이어 국제금융체제에서 북한을 완전히 봉쇄하기 위한 초강경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법’까지 입안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북한과 외교·무역관계 단절에 나서면서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해법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제재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독자 제재를 거부하면서 인도적이라는 명목으로 800만 달러 대북지원까지 결정했다. 문 대통령 주변의 80년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북한의 핵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한·미 동맹에 우선시하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문 대통령 임기 중 북핵 때문에 동맹이 깨지는 위기가 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 한·미 FTA를 문제 삼은 데 이어 9월 말엔 FTA 폐기 서한까지 작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FTA 폐기 위협은 대북 제재에 회의적인 문 정부 압박용 성격이 짙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FTA를 철회할 수 있는 행정권한을 갖고 있는데, 한·미 FTA의 경우 폐기 통보 후 180일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 정부가 황급히 재협상에 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내달 서울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며 한·미 동맹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에는 “한 당사국이 상대국에 1년 전에 미리 폐기 통고하기 전까지 무기한 유효하다”고 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 통보만 하면 동맹은 깨지는 것이다. 과거 한·미 갈등 현안이 제기됐을 땐 ‘동맹의 정신’을 강조하며 이견을 해소했지만, 트럼프 시대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 시점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한·미 동맹을 희생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다. 지한파 인사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이 곧 출간할 한·미 동맹의 역사서 ‘기로에 선 한국’은 그런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 책에서 스나이더는 이승만 정부 이래 역대 정권이 견지한 외교정책을 동맹과 자율성이라는 2개의 잣대로 나눠 성과를 점검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동맹 강화를 추구한 이명박 정부와 노태우 정부가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외교적 성과를 냈고, 한국의 독자적 외교 공간도 확장됐다. 반면 민족 공조를 내세우며 자율성 쪽에 집중했던 노무현 정부 때에는 동맹관계가 이완되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축소됐다. 김대중 정부는 동맹을 바탕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함으로써 성과를 냈다. 스나이더는 “한국의 정권 변화에 따라 강조점은 달라졌지만, 한·미 동맹은 지난 60여 년간 한국의 안전핀 역할을 해왔고, 중국 부상 시대에도 그 가치는 여전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방한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선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머뭇거리며 북한을 감싸고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뺀 채 북핵 옵션을 마련할 것이고 ‘코리아 패싱’은 결국 한·미 동맹 와해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북핵 문제로 한·미 경제·안보 동맹이 흔들리면, 한국은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