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8. 23:52
김연수의 단편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에는 실연의 상처가 너무 커서 치과 의사에게 통증이 있다고 거짓말한 후, 멀쩡한 생니를 뽑는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는 생니를 뽑아내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서 운다. 그는 온 몸을 바쳐 사랑했던 여자가 떠난 뒤 남은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문득 고통이란 더 큰 고통으로만 잊히는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중 어느 것이 더 아플까. 명확한 건 1기에서 4기까지 분류하는 암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별이나 배신의 상처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정신적인 고통에는 오로지 육체적 고통이라는 한 해독제만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할 때, 집 밖을 달리거나 집 안을 청소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달리기는 숨이 찰수록, 집 안은 더러울수록 효과는 확실하다.
https://v.daum.net/v/20241108235221631
[백영옥의 말과 글] [379] 고통을 누르는 다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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